끝의 시작
일요일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유채향기를 풀어놓은 욕조에 앉아 팔삭(*)을 먹고
책을 들고 침대에 기댄채로 잠들었다 새벽에 체온이 너무 내려가 눈이 떠졌다
주섬주섬 전기담요를 켜고 온풍기를 켜고 다시 누웠지만 따듯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쿠바에서 온 Lulu는 간호사 함께 나온 남편은 US Navy
3년 뒤엔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어디든 갈 수 있어서 좋다고, 지금은 일본이 좋다고 했다
하라주쿠에서 비를 맞으며 크레페를 먹는 왼손 약지엔 문신으로 새긴 반지
역시 외국인과 얘기하는 건 몇 시간 지나면 피곤해
..라고 생각하며 돌아왔었다
1주일에 한번은 과일을 사먹으려고 하는데
세일할 때 딸기연유를 냉큼 사두었으나 딸기가 영 7000원 아래로 안내려가는 관계로
눈물을 머금고 귤종류만 먹고 있다 (귤만은 돈주고 안사먹으리라 다짐했건만 ㅜㅠ)
귤도 종류가 참 많아서 그중 반값밖에 안하는 놈이 있어 -4개에 3000원- 냉큼 집었으나
껍질을 까보니 팔삭 -_-;
비파와 양애와 함께 제주도에서는 집 앞 마당에서도 구할 수 있다는 팔삭
서울보낼 천혜향을 고르던 중 시장에서 한봉지 가득 1000원주고 받아서 처음 먹었었다
껍질이 두껍고 쓴 속껍질도 뻣뻣해서 벗기고 먹어야 한다
천혜향이며 진지향같은 신품종은 제주도 선생님들도 잘 몰라서
봄마다 선물거리를 찾아 다니는 나를 보며 씁쓸하고 시원한 맛의 팔삭이 최고라고들 했었다
자리가 데워지길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을땐 아무생각하지 말기.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기면 가슴까지 시려질때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