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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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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마우스가 그랬다.

잘 견디더니만 어느 날부터 컴을 켜도 저만 불이 안들어온다. 

컴맹이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컴을 켰다 껐다 잭을 뺐다 꽂았다.. ..

그러다 보니 어느 덧 나도 너의 의사를 알아 듣는다.

요놈은 그러니까 이제부터 컴이 켜진 후 다시 한번 저를 꽂아주어야만 움직이기로 맘 먹은 모양이다.

 

그냥 그렇게 저에게 맞추어 살아 주기로 한다.

 

카드가 너덜거린다.

별로 거금을 쓰는 것도 아닌데 워낙 소액도 다 카드로 결제하다보니 코팅이 벗겨졌다.

카드사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다 몇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내가 쓰는 카드와 비숫한 혜택인데 연회비가 반값인 카드가 있다는 거.

그리구 얼마전 처럼 잔고가 딱 떨어져서 환승교환을 못받는 경우를 대비해

교통카드 기능이 첨가된 카드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사진을 넣어 만들 수 있는 카드가 있다는 군.. 것도 추가해서.

 

그러나.

안된다. 죽어도.

그까이꺼 하나 만들려고 한시간 넘게 그 홈피에서 난리를 쳤는데 안된다.

좌절, 에잇!

귀찮음을 넘어서고 급기야 카드사에 전화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너무 불편하셨겠네요"

그러나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해결방법을 제시해 주진 않는다.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전화는 오지 않는다.

약간 열받아서 다시 카드사에 전화를 한다.

"그러셨군요. 너무 불편하셨겠어요.."이젠 슬슬 약이 오른다.

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고. 열쇠는 그 사람들이 쥐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나의 필요엔 관심이 없다.

그저 안됩니다.,라는 답변을 기록에 남기지 않기위해 대화를 질질 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면서.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다.

이동통신사 카드 할인도 안되는 영화관에서 한다.

위의 그 카드사는 자신의 홈피에서 예매를 하면 무려 1500원을 할인해 준다고 광고했다.

헉.그런데 또.

안된다. 죽어도.

탄력받은 나는 또 카드사에 전화를 한다.

"고객님 죄송합니다...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번엔 반나절쯤 지나 전화가 왔다.

"저희 회사 홈페이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구..

 



어쩜. 연습도 잘했지.

내가 언성을 높이거나 짜증을 내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같은 톤의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를 연발할까..

정말 죄송하긴 한 걸까? 죄송하다면 시정해야 하는거 아닌가?

 

그러다 생각한다.

지도 어쩔 수 없겠지.. 말단 전화상담원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으니까.

저 언니들의 역할은 고객의 화풀이 방패막이 일까?

고객 상담실의 진정한 존재이유는 뭘까???

그러다가 시스템에 화가 난다.

 

열라 선전해서 돈만 벌고 버리는 나쁜 넘들.. 근데 누구??

 

그러고 보니 화는 나는 데 화 낼 데가 없다.

내가 화낼 수 있는 곳에는 또다른 사회적 약자들이 그걸 받아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왜 화가 나는 걸까?

 

첨엔 불편했다. 단지 불편했고, 그 불편을 해소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불편을 해소해 줄 그 의무가 있는 사람(?) 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그 불편이 해소가 되지 않는다.

 

근데 난 불편한 거 잘 참는다. 우리 마우스랑 나랑은 여전히 사이좋게 잘 살고 있다.

그런데 난 왜 화가 났을까?

약속, 기대, 그래야 한다는 믿음, 뭐 그런 것들에 대한 배반?

정의사회구현이 안되는 것에 대한 분노?

 

난, 무시당했다. 나의 개인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무수한 컴플레인의 주인공 중 하나였으며, 내 욕구는 그들의 시스템안에 없으면 존재하지도 않는다.

더 나쁜건 그들은 거짓말을 한다는 거다. 그것도 내가 다 알도록..

 

눈가리고 야옹하는거 진짜 기분나쁘다. 귀엽지도 않은것이 하면 더 기분 나쁘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열라 열 받으니 카드 해지 해 버려?

열라 전화해서 그 언니들 확질리게 한다음 목소리 큰 사람이 승리하는 우리나라의 진리를 다시한번 확인 시켜 줘?

 

그러려니.. '열라' 뭔가를 해야한다.

열라게 바쁜데.. 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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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1 02:21 2006/04/21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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