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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허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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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소개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처음 만났을 때 아들아이에게 함께 보러가자고 제안했었다.

그러나 아들애는 ‘별로’라며 거절했다. 거절의 이유인즉 ‘행복할 것 같지 않아서’였다.

동구는 아이큐 60의 장애아였고, 닭집 사장인 아버지의 목표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마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 어떤 굴곡과 험난함이 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영화였다.

나 역시 아들애의 의견대로 ‘해피엔딩이 아닌 영화보기’에 대한 부담 때문에 영화보기를

계속 미루어왔다.

그럼에도 화면 한가득 퍼지는 동구의 행복한 웃음은 이 영화에 대한 다른 기대를 품게 했고,

역시 그랬다.

 

아이들이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행복해 지는 영화는 많다.

그 과정에서 ‘키다리아저씨’를 만나기도 하고, 죽었다고 생각했던 부모님이 살아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아동이 등장하는 영화의 끝이 보여주는 ‘행복’은 여전히 미진하며, 여전히 가슴이 짠하다.

그 미진한 감정의 한 곁에는 그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상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살아가지 못 할 거라는 생각. 그래서 그것이 온전한 ‘행복’일리 없다고 생각이 깔려있는 듯하다. 

동구에게 특수학교를 권하는 담임선생님의 마음속에도 ‘우리 반 평균’을 깎아먹는 동구에 대한 불편함과 함께 동구가 앞으로 ‘정상인’들과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선의가 함께 들어 있다고 생각된다.

작심하고 야구를 가르쳐 보지만 도통 변화가 없는 동구를 포기하는 야구감독 역시 동구가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좌절한다.


나의 기대에 동구를 맞추려는 어른들의 태도에 반해 동구의 ‘짝’은 동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주전자를 좋아하는 동구에게 야구의 홈을 컵과 주전자의 비유로 이해시키고,

야구배트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동구를 보고 동구가 야구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로 번트를 생각해 낸다.

어쩌면 이 영화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찾아낸 작은 연결 고리는 둘을 깊이 연결시켜준다.

소통의 결과로 동구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어내지 않아도 동구의 세계로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동구가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을 찾지 못 할 것이 걱정되어 이사 가기를 주저하던 아버지는 이사를 한다. 동구가 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갈래 길마다 주전자 그림이 붙어있다.

동구는 1루, 2루 3루를 찍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다. 그렇게 동구와 세계는 조금 가까워 졌다.

 

부모의 눈으로 이 영화를 보면 가슴 아프고 답답하다.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장애아 부모의 바람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이 가진 고단함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사회 구성원으로 태어났으나 아무도 함께 책임질 사람이 없다고 느껴지는 현실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체계의 빈약함에 대한 원망 이전에 다름이 받아들여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사회에 대한 절망감이다.

 

 ‘날아라 허동구’는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제안한다.

아들애는 영화에서 제일 감동적인 장면으로 야구경기장면을 꼽는다.

“대부분의 야구영화는 안타나 홈런으로 이기잖아, 근데 이 영화에서는 번트를 대서 이겨”,

‘모두 다 안타나 홈런을 치지 않아도 좋다. 우린 팀’이니까.

이렇게 우리아이가 사회를 이해하고 자란다면 미래는 좀 더 나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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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8 13:18 2007/07/18 13:18

2 Comments (+add yours?)

  1. 유이 2007/07/19 11:02

    저도 이 영화를 보고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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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쭌모 2007/07/24 01:05

    유이/가끔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감동이 즐거울때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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