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되나?

View Comments

아이를 키우는 일은 사회 공동의 책임이며,

한 가정의 몫으로 남겨져서는 안되며, 보육정책이 좀더 국가적 책임성을 가지고 가야한다고 설득하기 위해 우린 출산율 저하와 세대재생산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들을 들이 대면서 나는 항상 ..이건 아닌데 하면서 뒷꼭지가 땡긴다.

 

이런 껄적지근한 느낌 뒤에는

과연 보육정책이 잘 완성되면 출산율의 저하가 변화할것인가? 하는 의문이 자리하고 있다.

세째아이, 낳기만 하면 정부에서 키워줍니다! 라는 구호가 가임 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 1.17명인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아이 하나 낳을 때 마다 격려금을 준다고 해서 과연 출산율이 높아질까 하는 의문.

 

작년에 일본에서 온 교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있었는데..우리보다 보육제도가 잘 정비된 일본 역시 출산율1.32으로 급격한 인구감소의 문제를 가지고 있고,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보육제도의 문제로 해결될 수 없다고 그 분은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여러가지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물론 출산율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직접적인 육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말고도 여성의 사회 진출의 어려움이나,  육아에 대한 사회의 가치평가 등의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리라  추측되긴 한다.

 

또 다른 측면의 우려는 

우리가 보육의 문제를 아동의 권리로 접근하지 않고,

출산율이나 세대재생산으로 접근했을때 우리는 이후 몇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세대재생산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완성된 보육제도 속에서 보육의 목표는 훌륭한 미래 시민의 양성이다. 그러니 당연히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의 '현재'는 준비된 시민으로서 자랄 준비를 하기 위한  '준비기'가 될 것이다.  세대재생산이라는 목표는 우리 아이들의 '현재'를 미래를 위해 희생하도록 만들며, 그렇게 우리는 보육의 내용까지도 양보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우려는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다행이도 출산율이 다시 높아지고 나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하는 점이다.

우리의 출산정책은 태어날 아동과 아이를 임신할 여성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이루어져 왔다.

 

격세지감이지만.

내가 어릴때만 해도 '둘만낳아잘키우자!' '잘키운 딸하나 열아들 안부럽다!' 등등의 구호들이 있었고. 실제로 정부에서는 현행법상 불법인 낙태를 묵인하며 출산율 저하를 위한 피임 정도로 여기고 있었고-이건 낙태에 대한 여성의 권리에 대한 관점과는 별개의 지점이다.-정관수술을 하면 수술비도 지원해 주고..기타등등의 정책을 통해 출산율을 조절하여 왔다.

 

다시 본론으로,

우리가 출산율을 보육정책의 국가적 책임성의 근거로 들이 댄다면,

그런데 어쩌다 인구밀도가 다시 높아지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는 보육정책이 다시 후퇴할 수 밖에 없다. 이미 목표를 달성했음으로..

 

2003년 프랑스보다 낮은 우리나라의 출산율에 의한 쇼크로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서 내 놓고 있다.

보육정책 역시 이에 발맞추어 영아보육을 활성화 방안, 두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는 경우 보육료를 지원등의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그 호들갑스런 언론도,

보육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들의 삶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20명의 아이들이, 한명의 어른과, 1인당 0.8평의 공간에서, 하루 8시간 이상을

지내야 하는 현실에서는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아니,

누군가 목청껏 떠들어도, 

이 아이들의 실제의 삶은, 시설 운영의 현실적 어려움과 보육 예산의 부족 등을 이유로 항상 뒤로 밀린다.

 

그 아이가 부유한 부모를 만났든지, 가난한 부모를 만났든지,

그 아이가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이 사회에 때어난 아이들 모두는 보호받고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 아이가 다음세대의 노동력이어서가 아니라.

그 아이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가지게 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보육의 국가적 책임성에 대해 설명할 더 이상의 근사한 논리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가끔은 ... 지금 뭘 해야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4/12/12 02:29 2004/12/12 02:29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아샬 2004/12/12 22:41

    동의한표 :)

     Edit/Delete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lsj/trackback/42

Newer Entries Older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