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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몰랐으나 내가 할 수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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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쭌모님의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일주일 내내 불편한 마음을 안고 살았다.

왜 그 불편함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일도 바쁜데.. 왜 머릿속에 계속 떠다니는 걸까?

 

그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내가 그아이에게 해줄수 있는건 없었는데..

그렇게 의아해 하면서 일주일을 보내고.

오늘, 공감하기에 대해 배우면서 내가 왜 그랬는지 어렴풋이 알것 같았다.

 

공감하기는 내 호기심. 나의 관심사를 떠나서 오로지 상대방의 느낌에 공명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와의 대화에서 난 그 아이의 현재의 느낌에 공감하기 전에

내가 생각하는 그 아이의 처지에 대해 걱정하고,

내가 져야 할 정서적 부담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애와 나 사이엔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았던거다.

 

그런데.. 내가 그 아이에 대해 공감한다고 한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라는..

 

나의 이러한 의문에 대해 캐서린은 말했다.

내가 그 아이의 느낌에 대해 공감할 때. 그리고 그때 멈춘다 해도

그 아이의 맘 속에서는 많은 것들이 요동칠 것이고. 그 아이가 그것을 경험하는 것. 그게 그 아이에겐 필요하다고.

그래서 관계-나와 혹은 그 아이 자신과의-를, 연결을, 계속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우린 상대방과 공감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이 대화에 상대방을 돕고자 하는 의지가 충분히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종 삼천포로 가는데 ... 그 열가지 길은 상대방이 나에게 원한 그것은 별로 아닌 듯 싶다.

 

1-수리공의 모자를 쓰고 이렇게 말한다.

"우선 마음을 굳게 먹고 전화를 해서 네 생각을 분명히 말해봐"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나 같으면 이렇게 했을거야"

 

2-분석하고 설명하다.

"네가 요즘 일이 많으니까 피곤해서 신경이 예민한거 아니니?"

"그런데 내가 보기엔 어머니에 대한 네 감정이 그 여자한테 옮겨진것 같아"

 

3-바로 잡는다.

"아니야 그건 네가 생각하는 것 하곤 달라. 그렇게 나쁜것만은 아니야"

"잠깐만, 나는 그렇게 말한적 없어."

 

4-위로한다.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는거지. 네 잘못은 아니야"

"너로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

 

5-내 얘기를 들려준다.

"너만 그런게 아니야 나는 어떤지 알아? 우리 애들은 더 엉망이야"

 

6-감정의 흐름을 중지시키거나 전환시킨다.

"후회해봐야 할 수 없잖아. 그만 잊어"

"술이나 한잔 하러가자"

 

7-동정하거나 애처로와한다.

"어휴 정말 안됬네"

"어떻게 사람들이 그럴 수가 있어"

 

8-심문한다.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왜 전화를 안했어?"

 

9-평가하거나 교육한다.

"네가 너무 비현실적인것 같아"

"소심하긴.. 그렇게 방어적인 태도로 나가면 너만 힘들어"

 

10-한방에 딱 자른다.

"됐어 그만 좀 해"

"아무것도 아닌일로 왜 그러니?"

 

그럼 어떻게 들어야 할까? 공감하면서 듣는 건 뭘까?

 

듣기는 말하기와 같은 패턴이다. 나 대신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것만 다르다.

 

관찰. 네가 ...를 보았을(들었을 생각했을)때

느낌. ...라고 느끼니?

욕구. 왜냐하면 너는 ...을 원하고(필요하고. 중요하기)때문에.

부탁. 지금 너는 ...해주길 원하니?

 

인데, 대화 중엔 보통 상대방의 느낌과 욕구에 집중한다. 그리고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아는 것이 아니라 추측하는 것이니 어미는 당근 의문형이다.

느낌과 욕구에 반복하고 집중해서 공감한다음 .... 그 다음에 조언하기가 가능하다.

조언할때 중요한건 스스로 내가 왜 이 말을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거다. 내의도가 무엇인지.

잘난척하기 위해서인지. 그 사람을 돕고 싶은 것인지.혹은 그 사람을 조종하고 싶은 것인지...등.

 

내가 너무나 화가났을 때. 그때 어떡하지?

그럴 땐 먼저 화가 난 나에게 공감해야 한다. 그래야만 타인의 말을 들을 수 있다.

 

공감을 받은 사람은

말을 멈추거나. 한숨을 쉬거나, 긴장이 풀리는 신체증후를 보이거나 한다.

그 순간이 지난 후에 해결의 방법을 함께 찾길 원하는지 묻는다.

 

또 더러 상대방의 느낌을 충분히 공감해 주었으나 나로서는 그걸 해결해 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공감한 책임으로 그걸 다 들어줘야 하나?

그런 순간이 오면 솔찍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 연습을 끝내고 생각했다.

난 그 아이에게 나의 처리되지 못한 감정을 두려워하는 대신 충분히 공감해주어야 했었다.

여전히 그 아이를 다시 만날 때, 그걸 할 수 있을 지 고민하겠지만,

그걸 알게 된 순간.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선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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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3 00:39 2005/05/0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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