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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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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가 죽었다.

몇달전부터 변을 제대로 못보고 하루에 서른번쯤 화장실에 들락거리고.

내가 여행을 다녀온 몇일간 쉬를 못하고  있다고 걱정하더니만,

오전에 쭌이랑 외출해 돌아오니

바둑이도 이모도 없었다.

 

병원에 갔나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섯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이 된 엄마가 애견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수술해도 해결이 될것 같지 않아 안락사를 시켰다고 했다는데 이모는 그후로도 한참있다가 돌아왔다.

 

돌아온 이모에게 쭌이가  "바둑이는"이라고 묻자.

"죽었어"라고 답하고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다. 그후로 계속..

 

쭌이는 텔레비젼을 보다가 쬐금 눈물을 흘렸고,

"엄마 난 눈물이 나오다가 텔레비젼을 보면 눈물이 안나온다"..한다.

 

그리고 좀 있다가 목욕하다가 또 묻는다.

"바둑이 죽었어?"

"응"

"죽은거라도 보고 싶어.."

"볼수 없어"

그러자 눈가가 벌게 진다...그리곤 또 한참을 논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관한 '슬플때도 있는거야'라는 책을 읽으라고 주었더니

한참을 읽더니 종이와 연필을 찾아 무언가를 만든다.

그 책에..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앨범을 보고 추억하라는 귀절이 있었는데 ..그걸 보곤.

쭌이는 조그만 종이에 바둑이의 초상을 그린다.

'이바독 앨범'이라고 쓴 종이밑에 하트 눈을 한 바둑이가 있고.

'잘살기 기대해'라고 쓰여있다. 바둑이 초상옆에는 마음을 담은 하트가 여섯개쯤 그려져 있다.

그리고 쭌이는 이제 모든게 잘 되었다는 듯이 그걸 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이란다.

그리고 어른이 될때까지 소중하게 보관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곤 놀다 잠이 들었다.

 

이모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고,

할머니와 나는 저녁 내 말없이 텔레비젼을 보고 있고.

쭌이는 나름의 죽음에 대한 의식을 치루고 혼곤히 잠들어있다.

 

나는 저녁내 비염때문에 콧물을 흘리며 훌쩍거린다.

바둑이때문이라고 생각했던 비염 증상이 바둑이가 없는 이 상황에도 여전히 나타난다.

아마 바둑이가 아직 못떠난 모양이다.

근처 어딘가에서 15년 평생을 살았던 우리 옆에서 서성이고 있나보다.

 

우리는 살면서 피할 수 없이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을 만난다.

그럴때 쭌이처럼 솔찍하게 그 죽음과 만나서 인정하고,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슬퍼하고,

떠나간 생에 대해 애도하고,

그리고..잘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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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2 01:54 2005/10/02 01:54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이슬이 2005/10/04 15:18

    아 저도 강쥐를 키우는데 위의 일이 젤로 두렵답니다.
    가슴이 무척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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