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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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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님의 [정치적 문제와 개인적 문제의 경계는?] 에 관련된 글.

어린이집의 하루 일상은 갈등의 연속입니다.

밥먹을 자리다툼에서 부터

지나가다 실수로 내 블럭을 차버린 사건에

장난감을 서로 먼저 가지고 놀겠다는 분쟁까지..

보육교사는 늘 분주하게 갈등의 현장에서 해결사 노릇을 요구받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터져나오는 불만과 갈등을 봉합하다보면

"누가 누구때렸어? 그래도 그럼안돼지. 미안해 해" 하고 쉽게 마무리하게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별로 동의가 안되더라도 대부분은 "미안해"하며 친구의 아픈 부분을 손으로 만져줍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상황은 종료됩니다.

그 상황이 정말 미안하지 않더라도 사과했으니 된거죠.

 

아직 타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다시 볼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정말로 무엇이 잘못된 지점인지를 알려주는 것은 보육교사에게 정말 힘겨운 과제입니다.

 

더군다나 사과를 받은 아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을 삭이지 못하거나 계속 속상해서 운다면 보육교사는 난감합니다. 위로도 해보지만 그런 시간이 좀  지나면 "친구가 미안하다고 하잖아. 니가 계속 그러면 친구가 얼마나 속상하겠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린이집 안의 일상화된 "미안해"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아가도록 해주고 싶은 보육교사들에게는 먹을 수도 버릴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 같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발달이 완료된 어른들 역시 별반다르지 않은것 같습니다.

 

"미안해"는 공감을 통해 전달되지 못하고, 피해자의 마음에 울리지 않습니다.

그리곤 미안하다고 했으니 된거죠. (요즘엔 더 고약한 '유감이다'라는 표현이 더 많이 쓰이더군요)

그리곤 더 나가서 "미안하다고 했잖아..도대체 얼마를 더 하란 말이야"라고 도리어 역정을 내기도 합니다.

여전히 우리는 타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다시보는 것이 어렵습니다.

 

가해생존자라는 단어가 성립되려면

가해자가 피해자로 부터 사과를 인정받고.

또 자신으로 부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자신을 스스로 용서할 수 있을 때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생존자들이 원하는 것은 피의 보복이 아니라 자존감의 회복입니다.

 

  

 

 

 

 



레이님.

저는 기억해내는데만 20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기억하고 기억하고 기억해내서 또렷히 하는데 또 십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곤 또 얼마의 시간이 걸려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레이님은 좀더 짧은 시간이 걸리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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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30 14:10 2006/06/30 14:10

5 Comments (+add yours?)

  1. 레이 2006/06/30 14:40

    ..왈칵 울어버렸어요. =ㅅ= 쭌모님 감사해요. 그리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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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쭌모 2006/06/30 16:03

    레이/이 글쓰고 마음이 심난해서 두시간 동안 책한줄을 못읽었네요.늘 다 끝난것 같지만 늘 새로인 것도 같고... 저도 힘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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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침 2006/06/30 23:53

    가해 생존자들.... 몰랐던 단어인데.... 그렇군요.... 쭌모님의 시간들이 다른 이들에게 충분히 힘낼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꺼에요... 저도 힘이 나요... 모두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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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현현 2006/07/01 09:53

    아이구...눈물이...
    그리고 이 글, 트랙팩에도 올려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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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쭌모 2006/07/01 15:09

    아침/그 단어는 제가 쓴거이 아니라 ..제가 트랙백한 글 보심알거예요..글고 아픈건 좀 괜찮아졌나요?
    현현/트랙백..고민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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