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긴팔 못 입겠다
오늘의 햇빛은 날아갈 듯 들떠 있었지만 나는 좀 늘어져 버릴 정도였으니 이제 여름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만 뚜렷할 뿐 계절이 넘어가는 구간은 어찌나 희미한지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2월부터 학교를 거니는 유령이 되어서 두어달이 지나고
몇 번의 기억에 남는 볕을 쬐는 동안 봄이 지나가 버렸다
올 봄은 그다지 열정적이지 못했던 시기는 아니었다
그저 단조로와서 기억에 남지 못할 뻔 했을 따름이다
예상 밖으로 나는 봄과 여름의 경계를 분명히 나누었지만, 덕분에 많이 지치고 말았다
입에서 뱉은 나의 말은 봄볕처럼 따스할 줄 알았는데, 봄볕에 탄 내 얼굴처럼 가슴만 태웠다
그리고 입으로 뱉아내던 나는 돌처럼 심지가 굳었다
내 말은 굳어서 뱉아내는 게 아니라 뱉아낸 후 굳어진다는 게 봄의 교훈
봄밀알같은 귀한 충고를 안고 사고뭉치는 입을 닫는다
머리 전체로 귀는 열고, 입을 닫는다
旋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