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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손톱을 깎다가

 

주당 20시간의 정규수업과 5시간의 보충수업을 합쳐 스물다섯 시간을 수업하고 있다. 과연 만만한 시간은 아니다. 나는 늘 수업 준비에 쫓긴다.

 

그나마 1교시가 비어있는 날이 몇 되는 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나는 수업준비를 하려다가 손에 붙은 굳은 살을 손톱깎이로 잘라내고 있었다. 손톱도 꽤 자랐다. 나는 일주일째 몸살감기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형님이 결혼을 했고, 누군가는 나를 떠났으며 어떤 이는 내게로 걸어들어왔다.

 

갑자기 나는 내가 잘라 낸 손톱만도 못하다고 느껴졌다. 눈물이 나려다가 말았다.  나는 어리석다. 나는 다시금 내가 세상에 저지른 못된 일들에 집착하는 중이다. 훌륭하게 사는 건 역시 어려운 일이다. 아니 목숨을 부지하는 일조차도 때로는 쉽지가 않다.

 

내 밥그릇이 저 앞에서 딸랑거리며 앉아 있다.

 

날씨가 흐리다. 사고로 끊어졌다 도로 붙은 내 아킬레스건이 욱신욱신 거리며 내가 살아온 부끄러운 날들을 셈하고 있다.

 



 

살면 살수록

 

부끄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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