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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적재산권 협상의 저작권보호기간 20년 연장에 반대합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적재산권 협상의 저작권보호기간 20년 연장에 반대합니다.


장영태(대한출판문화협회 기획홍보팀장)

 지난해 한미 양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선언한 후, 협상의 근본 성격과 그것이 몰고 올 사회적 파장, 추진 과정의 투명성과 절차를 둘러싸고 사회적 우려와 반대의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이같은 우려와 반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상품의 자유로운 거래를 위한 단순한 무역협정을 넘어, 근본적으로 경제 통합, 사회문화 통합을 일방적 힘의 논리로 강제하는 ‘경제통합협정’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모든 국가와 사회에는 자기 나름의 사회 문화적 질서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사회의 고유한 문화적 질서가 무역 자유화란 이름으로 일방적 자본의 논리에 의해 획일적으로 강제될 땐, 이는 한 사회의 경제적 기반은 물론, 문화적 정체성을 해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이미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여러 나라에서 드러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더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무엇보다도 무역자유화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지적재산권 문제를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의해 주요 협상 의제로 삼고 있습니다. 저는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며 창작(자)의 권리가 존중되어야 하고 법률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떠한 이견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사회가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것은 그 사회의 문화와 방식에 맞게 결정하고 선택할 문제지, 무역거래의 전제 조건이거나 협상의 대상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제적인 저작권 조약인 세계저작권조약(UCC) 및 베른협약이나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지적소유권협정(TRIPs)의 보호규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저작권 모범 국가입니다. 현재의 베른협약이나 세계무역기구의 무역관련지적소유권 협정은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통한 창작의 장려와 인류의 공동 재산으로서의 저작물의 공공성이 서로 공존하고 상생하는 틀로 만들어낸 국제적 규약이고 약속입니다.

국제적 규범을 존중하는 각 국가의 지적재산권 보호와 장려 조치는 그 사회의 발달 정도와 문화적 토양에 맞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한국의 문화적 토양과 사회문화적 제도와 규범을 일방적인 자본의 논리로 강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려는 목적은,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미국 문화자본이, 소수의 문화 상품으로 거둬들이는 막대한 로열티의 회수기간을 연장하려는 속셈입니다.

몇몇 초국적 문화자본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문화정책이 희생될 수는 없습니다. 소수 저작물 이익을 위해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창작자와 문화 수용자 누구에게도 이익을 주지 않으며 한 사회의 문화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출판계는 1995년 국제적 수준의 저작권 소급보호를 위해 연 수백억 원의 로열티 추가부담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의도대로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한다면 세계의 고전들이 제대로 번역되지 못하고 외국서적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학계 풍토로 볼 때 경제,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단순히 경제적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엄청난 추가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 명확관화 합니다.

더구나 그것이 문화에 대한 것이고, 한 사회의 발달에 따른 자율적 선택이 아니라 강요된 선택일 때는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강요하는 자가 누구이든 강력하게 저항하는 것이 진정한 문화적 주권을 지키고 보호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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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정을 지켜도 분쟁에 휘말리게 하는 제도, “비위반 제소”의 위험성

협정을 지켜도 분쟁에 휘말리게 하는 제도, “비위반 제소”의 위험성

남희섭 (정보공유연대 IPLeft 대표)

오늘부터 한미 FTA 타결을 위한 고위급 회담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열린다. 협상 타결에 반대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지자 대표적 보수언론인 조중동은 약속이나 한 듯 한미 FTA 체결을 지지하는 사설을 동시에 실었다. 정치인들이 한미 FTA 반대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방만이 살 길이라는 노무현 대통령과 보기 드문 ‘코러스’를 내는 이들 보수언론은 ‘역사적 기회’인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쇄국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일정에 따라 온갖 양보를 다 해 주는 협상 타결이 ‘역사적 기회’를 활용하는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미국식 FTA에 들어있는 여러 독소조항들을 개방이라는 ‘축복’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통행료 쯤으로 여기는 보수언론과 정부의 태도야말로 정략적이다. 이런 태도가 가능한 이유는 한미 FTA가 부과할 엄청난 통행료를 이들 보수언론이 내 주거나 협상타결에만 목맨 외교 관료, 경제 관료들이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협상에서 무엇이 논의되는지 제대로 듣지도 못했고, 미국 시장의 개방으로 인한 득을 별로 얻지도 못하는 일반 국민들이 값비싼 통행료 부담을 져야 한다. 한미 FTA가 몰고 올 파국을 책임질 능력도 의지도 없는 자들은 진실을 덮기 위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 최근에 논란이 불거진 ‘비위반 제소’에 대해서도 정부는 문제를 감추기 위한 홍보를 할 뿐이며, 보수언론들은 이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냥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위반 제소란 협정을 위반하지 않았어도 협정으로부터 기대했던 이익이 무너졌을 때 분쟁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한 마디로, 약속에 따른 조치를 취했어도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인데, 상식에 반하는 이런 제도가 어떻게 한미 FTA에 들어가 있으며,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일까?

그 동안 비위반 제소에 대한 협상 내용을 전혀 알리지 않던 한국 정부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짤막한 보도자료를 냈다. 비위반 제소란 국제통상법 체제에 이미 확립된 제도이고, 그 동안 비위반을 근거로 한 제소 사례는 얼마 되지도 않으며 WTO가 출범한 이후에는 승소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미 WTO에 들어 있는 제도를 미국과 합의하였기 때문에, 한미 FTA에 이를 도입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으로 한국 정부의 태도를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 정부의 주장에서 맞는 것이라고는 하나 뿐이다. WTO의 분쟁에서 승소 사례가 얼마 없다는 주장이 그것인데, 이를 뺀 나머지 주장은 사실이 아니거나 문제를 축소하려는 얕은 계산에서 나온 것들이다.

먼저, 비위반 제소가 국제통상법 체제에 이미 확립된 제도라는 정부의 주장은 비위반 제소가 국제사회에서 논란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여 한미 FTA에서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도 인정하듯이 지적재산권에 대한 비위반 제소가 WTO 규범에서 유예되어 있는 것만 보더라도 비위반 제소는 확립된 제도가 아니다. WTO의 주요 협정 중 하나인 지적재산권 협정에서 비위반 제소의 인정을 유예한지 10년이 넘도록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은 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합의가 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비위반 제소의 핵심을 이루는 ‘기대 이익’, ‘정부의 조치’, ‘이익의 무효화 또는 손상’이라는 개념은 그 자체가 모호하고 불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식 FTA의 비위반 제소는 WTO의 비위반 제소에 들어 있는 개념들을 더 불명확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모호성과 불명확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정확한 예측을 하기 매우 어렵다.

둘째, WTO 분쟁에서 비위반 제소로 승소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를 한미 FTA에 도입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미국식 FTA와 WTO의 차이점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문제를 일부러 감추려는 것에 불과하다.

WTO에 포함되어 있는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는 회원국들 사이의 관세를 일정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주목적이고 따라서 주로 관세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관세 인하를 통한 기대 이익은 GATT 규범에서는 다루지 않는 경쟁정책이나 보조금 지급과 같은 다른 합법적인 조치를 통해 쉽게 손상될 수 있다. GATT 입안자들은 이러한 손상된 이익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위반 제소를 고안했던 것이다. 따라서, 비위반 분쟁 해결을 담당했던 패널들은 제소의 원인이 되는 ‘이익’을 ‘관세양허’로부터 기대되는 시장접근과 관련된 이익으로 좁게 해석하였고, 이와 다르게 이익의 개념을 확대한 패널의 결정은 회원국들의 거부로 채택되지 못하였다. 또한, 비위반 제소가 이런 맥락에서 도입되었기 때문에, 분쟁해결 방식은 이익의 손상을 초래한 조치를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손상된 이익의 회복, 즉 배상이다. 그리고, 비위반 제소는 합법적인 조치를 둘러싼 분쟁이기 때문에 제소 국가에게 엄격한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 때문에 WTO의 비위반 분쟁 사례는 그 수도 많지 않고 승소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미국식 FTA는 이러한 엄격한 입증책임을 요구하지 않으며, 분쟁해결 방식도 손상된 이익의 회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익의 무효화 또는 손상 그 자체를 제거하는 것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비록 합법적인 조치라 하더라도 이를 철회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미국식 FTA는 WTO와 달리 비위반 제소의 절차가 간편하고, 구제수단이 더 강력하며, ‘이익’의 개념도 확대되기 때문에 제소 가능성과 승소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GATT 체제에서 비위반 제소가 도입된 이유가 당시 관세양허 중심의 GATT에서는 규율하지 않았던 각국의 조치로 인해 손상되는 타국의 기대이익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면, 경쟁정책이나 노동, 환경분야까지 규율하는 포괄적인 규범을 둔 미국식 FTA와는 비위반 제소가 본질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무역협정과 달리 시장개방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권리자의 시장독점권 부여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지적재산권 분야에는 비위반 제소를 인정할 논거가 빈약하다. 그래서 지적재산권 분야에는 비위반 제소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 사이의 공통된 견해이다. 만약, 지적재산권에 대한 비위반 제소를 인정하면, 심각한 공공정책의 훼손을 초래하고 정책주권이 지적재산권자의 시장독점권 아래로 편입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정부는 한미 FTA 협상 도중 의약품의 선별등재제도를 골자로 하는 약제비적정화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 약제비적정화 방안은 건강보험공단이 제약사와 약값 협상을 하여 약값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제약사가 협상 대상이 된 약에 대해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면, 미국은 지적재산권 협정으로부터 시장독점가격이라는 이익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데, 이 시장독점가격을 한국 정부가 약제비적정화 방안을 통해 깎는다면 기대 이익이 무효화되었다거나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비위반 제소를 할 수 있다. 이런 비위반 제소가 인정되면, WTO와 달리 미국식 FTA는 비위반 분쟁의 이유가 된 조치를 철회하거나 수정해야 하므로, 한국 정부는 특허된 의약품에 대해서는 약값 협상을 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약제비적정화 방안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미국식 FTA에 따른 비위반 제소가 더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미국식 FTA에는 WTO의 지적재산권 협정과 달리 공공정책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WTO 지적재산권 협정은 ‘공중보건과 영양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인정하며, ‘사회·경제·기술 발전에 긴요한 분야에서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와 ‘지적재산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한 조치’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식 FTA에는 이러한 공공 영역이나 공공 정책을 고려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나 공익을 증진하려는 조치는 미국식 FTA의 협상 당시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므로, 비위반 제소의 근거가 확대되고 승소할 가능성도 더 높은 것이다.

FTA 협정에서 분쟁해결 규정은 양국 사이에 적용되는 일종의 사법제도와 같다. 그런데 한미 FTA 협상에서 이 사법제도에 해당하는 분쟁해결 분과는 관련 정부부처가 공동 분과장을 맡는 다른 분과와는 달리 외교부가 단독 분과장으로 협상을 담당하고 있다. 비위반 제소는 어떤 조치가 협정과 일치하는지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생각 이상으로 적용 범위가 넓고 그 영향도 막대하다. 그런데도, 8차 협상이 진행될 때까지 외교부는 비위반 제소에 대한 협상 내용을 감추어 왔다. 사법제도에 대한 주무 부처라고 볼 수도 없는 외교부가 협상 타결만을 위한 퍼주기의 하나로 미국이 요구하는 비위반 제소를 수용하기에는 그 위험성이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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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 강화가 선진화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자!

지적재산권 강화가 선진화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자!

 

강정명 (정보공유연대 IPLeft)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이 8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개막한다. 이번 협상을 끝으로 대규모 협상단이 참여하는 본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농산물과 자동차, 의약, 무역구제, 저작권 등 핵심 쟁점의 타결을 위해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한다는 것이 양쪽 협상단의 입장이다.

 

의약품과 관련해서는 김종훈 한미FTA 수석대표가 2월'최고경영자 신춘포럼'에서 의약품분야에 대한 미국측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데 이어 외교부 통상교섭본부가 국회 FTA 특위에 보고한 '한미FTA 7차 협상 대응방향'에서도 무역구제와 의약품을 연계하겠다는 소위 빅딜 전략을 공식화한 바 있다.

미국은 저작권을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려달라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지적재산권 분과장으로 종전보다 고위직인 USTR 지재권 대표보를 참여시킬 방침이다.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진 시점이지만, 이제라도 한미FTA가 가져올 엄청난 영향을 생각하면 다시금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FTA 추진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수 있다. 특히 지적재산권과 관련해서는, 한미FTA 추진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기구인 한미FTA 민간대책위원회가 홈페이지(www.yesfta.or.kr) 에서 소위 '균형잡힌' 시각으로 소개하고 있는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의 "한미FTA, 저작권 수출 위한 발판", 김명곤 문화관광부장관의 "한미FTA를 문화산업 도약의 계기로", 이대희 인하대 교수의 "저작권과 한미FTA" 등이 있다.

 

각 글의 요지는 대강 이렇다. 지적재산권의 강력한 보호는 대세이니 따를 수밖에 없다, 당장 불리한 측면만 보지 말고 한미FTA를 통해 강력한 지적재산권 보호 체계를 갖추고 이를 문화산업 성장의 발판으로 삼자는 것이다. 특히, 21세기 정보화사회에서 선진 한국 건설을 위하여 지적재산권의 강력한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이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것은 한류의 보호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지적재산권 보호하라고 큰 소리치려면 우리부터 세계적 수준의 강력한 보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중 산업재산정책본부장이 지난해 9월 국정브리핑에 쓴 '한미FTA 협상에서 지재권을 왜 다루냐고요?"도 비슷한 내용이다. 1995년 WTO/TRIPs 출범 이후 지적재산권을 통상협상의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이미 보편화되었느니, 한미FTA에서 지적재산권 이슈가 포함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이 기회에 우리 지적재산권 제도를 선진화할 수 있으며, 우리의 지적재산권 침해가 빈발하는 국가들과의 FTA에서 그 선진화된 지적재산권 제도의 도입을 요구하여 우리 지적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지적재산권을 강화해야만 기술이나 문화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듯하다. 국내 업계의견도 과연 같을까?

 

제 약협회는 6일 8차 협상을 앞두고 외교통상부 김종훈수석본부장과 면담, 의약품을 희생양으로 삼는 빅딜방식을 추진할 경우 국내 제약산업은 고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측은 한미FTA협상에서 국내 제약산업을 고사시킴으로써 항구적 이익을 취하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있으며 제약산업이 고사될 경우 국민의 약제비 부담은 폭증할 것이며, 정부가 약가통제권을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상실하고 건강보험재정 안정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도 지난해 한미FTA 협상과 관련, 지적재산권 문제는 국제 조약에서 정한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한 해당국가의 법 정책에 따라야 할 문제지 무역 거래의 조건이 될 수 없으며, 미국문화자본의 로열티 회수 기간 확대를 위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은 한국의 출판 및 학문 발전을 저해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었다.

 

제 약협회나 대한출판문화협의의 의견을 집단이기주의로 이해하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특허제도가 기술혁신에 기여하는가에 대한 실증적 연구결과는 나뉘어 있다. 특히 전자분야의 경우에는 특허제도가 기술혁신에 기여한다는 증거는 없다는 연구가 다수이다. 미국의 의사와 과학자들은 지나친 지적재산권 보호가 오히려 학술연구에 장애가 된다는 비판을 하고 있는 판이다.

 

찬성론자들은 지적재산권을 강화해야 ‘선진’한국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찬성론자의 주장에는 암묵적으로 지적재산권을 강력히 보호하는 것이 우리 국민 모두가 잘 사는 길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그 러나 미국의 예를 보자. 세계무역기구협정에 지적재산권을 포함시키면서 미국 제약업계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 왔다. 하지만 미국의 국민들은 비싼 약값으로 고통받고 있다. 1990과 2000년 사이에 미국 브랜드 약에 대한 소비는 403억 달러에서 1조 218억 달러로 3배 증가하고, 멕시코로 일반약을 구입하려는 미국 시민들의 특별한 버스 여행이 유행한다고 한다. 1984년과 2001년 사이에 경제 전체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70% 상승률을 보였으나, 정기간행물에 대한 도서관 가입비용은 법률분야는 205%가 상승했고, 의약분야 정기간행물은 479%, 물리화학분야는 615%가 상승했다.

따라서 이미 기술적, 문화적 우위에 있는 기업들이 지적재산권 강화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해도, 그 혜택이 국민 모두의 것으로 돌아가리라고 막연히 전망할 수 있는가 묻고 싶다.

 

찬 성론자들은 또한 우리 지적재산권 제도를 선진화해서 제3국에 이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지적재산권을 보호받자고도 주장한다. 정부는 계속해서 한류를 이유로 지적재산권 강화가 이유 있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저작권 보호기간 사후 70년까지 보호를 주장할 수 있는 한류 상품이 있는가 말이다. 우리 기업 중에서 특허권 보호기간을 2-3년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한 기업이 있는가 말이다. 현재 우리 지적재산권 제도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제3국에서 우리 문화상품의 권리 보호는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우리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런 논리적 연관도 없다.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미키마우스와 같은 미국 캐릭터 산업의 이윤 확대에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저작자 사후 50년도 길다. 그 이상 보호를 주장할 저작물이 얼마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과연 저작자 생존기간과 그후 70년간 독점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정당한 것인지는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허권 분야에도 마찬가지이다. 특허보호기간 연장은 미국 제약사를 위한 것이다. 강제실시권 요건을 제한하는 문제도 그렇다. 공공정책상 필요하면 강제실시권을 발동해서 특허권자의 권리도 예외적으로 제한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사실상 봉쇄하는 미국의 요구를 두고 선진화라고 이야기하면 할 말이 없다. 미국이 요구하는 법정손해배상제도 등도 우리 민사법 체계와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의 제도이면 다 선진화인가? 무엇이 선진화인지, 왜 그것이 선진화로 평가될 수 있는지 찬성론자들은 전혀 밝히지 않는 채 근거없는 선동만 늘어놓고 있다.

 

우리 법체계와 어울리지 않는 벌칙제도나 우리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권리기간 연장 등의 미국 요구는 절대 받아드려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요구의 수용을 전제로 하는 한미FTA 협상은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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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는 우리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는 우리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습니다.

강아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저희는 약사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입니다. 보통 저희 회원들은 약국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약국에서 약 7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약국에서 일을 하다보면 워낙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 잊혀지지 않는 환자분이 있어요. 그분은 간암에 걸리신 아주머님이셨습니다. 한 달에 한 번정도 약을 받으러 약국에 오셨는데, 이분이 드셔야 하는 약에는 비싼 간 보호제가 있었습니다. 하루 세 번 드셔야 하는 약이었는데, 제대로 이 약을 다 드시려면 한 달 약값이 70만원 정도였어요. 그분은 오실 때마다 눈에 보이게 복수가 차오르셨어요. 간에 좋다는 그 간 보호제를 너무 드시고 싶어하셨는데, 돈이 없으셔서 돈 되는 만큼만 사가셔서 아끼고 아껴 드신다고 하셨습니다.
매달 몇 백 만원씩 들어가는 백혈병이나 에이즈 치료제들도 있지요. 하지만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에게는 70만원이나 200만원이나 1,000만원이나 똑같이 끔찍한 금액입니다. 약을 앞에 두고도 지갑을 만지작거리시다가 결국 체념하시던 그 분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약국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수많은 약들을 취급합니다. 조제를 전문으로 하는 약국들은 보통 1,000가지 이상의 약들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 약들이 다 종류가 다른 약들인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존슨앤존슨이라는 다국적 제약회사가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으로 ‘타이레놀’을 출시했습니다. 이 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보통 카피약이라고 알고 계시는 제네릭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존슨앤존슨이 더 이상 시장 내에서 독점적인 판매권을 갖지 못하게 되는 거지요. 타이레놀과 똑같은 약을 경동제약, 동광제약 등에서 만들어 냅니다. 당연히 이런 제네릭 약품들은 오리지널 약보다는 가격이 저렴하지요. 따라서 특허가 만료되면 오리지널 약을 생산해 내던 회사의 이윤은 줄어들게 됩니다.

 약 종류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특허를 1년정도 연장하면 제약회사는 수천억원의 이윤이 추가로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기를 쓰고 특허를 연장하려 하는 거지요. 하루, 한달, 일년 정도 특허 연장에 동의를 해주는 것이 실은 별일이 아닌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 하루, 그 한달, 그 일년 동안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배를 불리워 주는 만큼 수많은 환자들은 그 약값 때문에 고통 받으며 죽어갑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특허를 보장해주어야만 신약을 개발할 것이라는 협박을 합니다. 그러나 2002년도에 미국 FDA 가 승인했던 신약 87개중 70개는 이전에 있었던 약품을 부분적으로 바꾼 'me too drug'이었습니다. 그 나머지 17개중 과거에 있던 약보다 임상적으로 효과가 나아진 약은 단지 7개에 불과했구요.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진정 ‘혁신적’이고 필수적인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를 않아요. 오로지 돈이 되는 약품들의 ‘특허연장’을 위해서 엄청난 액수의 돈을 들이붓고 있지요. 다들 아시겠지만,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결핵약이나 말라리야 약처럼 가난한 나라에서 필요한 그런 약품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발하지 않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에서 의약품 분야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정부는 처음에는 빅딜설을 부정하더니 점점 속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의약품 특허기간도 연장해주기로 했다지요. 의약품 특허기간이 1년이 늘어나면 저희는 약 1조 1,600억원의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 돈은 암환자들의 본인 부담금과 전국 초·중·고생 입원 본인 부담금을 모두 면제해 주고도 2,600억이라는 돈이 남을 수 있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의약품 경제성 평가와 약가 협상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독립적 이의신청 기구’도 두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미 정부가 발표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내의 약가 협상 과정 중에도 제약회사가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협상 결과를 놓고 다시 문제 제기를 하겠다는 것은 약가협상력을 약화시켜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시키겠다는 탐욕일 뿐이지요. 이런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횡포에 정부는 같이 춤을 추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얼마전에 제 이모님과 길을 같이 걷는데 현수막이 붙어 있었어요.
‘한미 FTA 체결시 약값 폭등, 의료비 폭등’.
제 이모님이 물으셨습니다.
‘FTA가 되면 정말 그렇게 될까?’.
아마 과장이라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하지만 정부가 그렇게도 닮고 싶어하는 미국을 보면 저희의 미래가 보이지요. 우리나라처럼 공적의료보험 체제를 갖고 있지 않은 미국에서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사람들의 약 50%가 의료비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지금 FTA를 막아내기 위해 온몸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파도 돈이 없어서 병원에도 못가고 약도 못 먹는 그런 서러운 현실이 당장 우리 눈앞에도 닥칠 것입니다.
 
나는 건강하니까, 나와는 상관없다고 그렇게는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굳이 내가 아프지 않더라도 저희가 사랑하는 사람들, 저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먹어야만 하는 약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뒤돌아서야만 하는 그런 처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모두 나서서 이 FTA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모두 함께 일어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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