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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2

 

한미FTA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노동분과 뿐만 아니라 상품, 농업, 투자, 서비스 등 모든 분과협상결과를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하며, 더불어 한미양국 재계의 태도와 요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미FTA협상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한미재계회의와 주한미상공회의소는 2005년 공동으로 작성한 정책보고서을 통해 △정리해고 사전통보시한을 60일에서 30일로 축소할 것 △단체행동 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퇴직연금제도를 확정기여형으로 전환 △노사관계에 정부개입자제와 부당노동행위규제를 형법에서 민법규제로 전환 등을 요구하였다. 이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입법과정에 노동계의 반발이 심했던 정부의 노사관계로드맵 주요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하였다.

정부는 사실상 이같은 미재계의 요구를 한미FTA 타결전 ‘자발적 조치’를 통해 수용하였다. 결국 한미FTA는 IMF이후 확산된 비정규 불안정노동 등 노동시장 유연화 강화와 노조의 단체행동권 제한이라는 방향으로 노사관계 전반에 영향을 주게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지역은 어떨까. 감귤 등 1차산업의 협상결과는 도민들을 혼란과 절망상태에 빠지게 하고 있다. 노동부문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고용효과가 높은 2차제조업이 극히 취약한 상황에서 그동안 경기침체기에 많은 인력을 흡수하고 사회적 완충역할을 했던 농촌,농업의 붕괴는 급격한 탈농과 도시로의 인구유입을 증가시킬 것이고, 이는 노동시장에 과도한 수급불균형을 초래해 빈곤노동과 실업의 악순환 구조를 고착화시킬 것이다.

또한 3%수준의 제조업 역시 농업원재료제조와 농산물가공 등 1차산업과 연관성이 높아 이마저도 도산이 우려된다.

도내 산업구조상 72%이상을 차지하는 관광 등 3차 서비스업의 경우 17천개사업체 중 90%이상이 10인미만의 영세중소사업체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대형유통매장의 진출 등으로 전통적 중소영세서비스업은 초토화되었다. 이에 더해 농업을 포기한 농민들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영업에 대거 진출할 경우, 기반이 취약한 영세자영업자간 과당경쟁과 동반부실 그리고 이에 따른 고용과 노동의 질은 악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농업에서 38만명이 감소한 대신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에서 모두 10만4천명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결과는 시장이 완전경쟁하에서 비용없이 노동 등 생산요소가 비교우위산업으로 완전히 이동한다는 가정에서 추론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비현실적 가정에서 출발하여 신뢰하기 힘들다. 사실 농업에서 퇴출된 농민들이 재교육을 통해 취업할 수 있는 비율이 과연 얼마난 되겠는가. 솔직히 비관적이다. 이미 제주지역의 경우 고용계약기간이 한달미만인 일용직노동자가 20%에 달하고, 1년미만인 임시직까지 포함하면 비정규직이 절반이 넘는 상황이다. 더구나 농업부문에 종사했던 무급가족종사자들마저 임금노동시장으로 밀려들어 온다면 최악의 노동대란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주장대로 FTA체결로 서비스분야에서 대형업체가 들어오고 이과정에 토착업체의 경쟁력강화와 더불어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까. 답은 아니오다. 이미 대형매장 진출로 경험을 하였듯이 토착업체의 경쟁력강화는 커녕 생존자체가 어렵다. 미국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이미 과잉고용상태이기 때문에 미국투자자본이 들어오면 많은 인력을 해고시킬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설치 기간이 2-3주이상 걸리고, 백화점에 주차티켓을 뽑아주고 안내하는 여성노동자가 없다고 한다. 결국 일부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겠지만 대다수 중소영세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농민들의 일자리는 많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 이는 사회양극화 심화로 연결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고용없는 성장’이라고 표현하듯이 성장에 따른 실업률증가가 거의 없다. 또한 최근의 외국인직접투자는 일자리창출효과가 거의 없는 인수합병을 위한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실제 2000년 14.1%에서 2005년 45.6%로 3배이상 증가하였다. 오히려 인수합병과정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확산 등 고용의 질은 악화되었고, 론스타의 외환은행인수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소위 ‘먹튀’자본에 의한 국부유출이 사회문제화 되었다.


정부는 한미FTA 결과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 제공과 좋은 미국산 제품을 싼값에 살 수 있다는 식으로 소비자 후생효과, 편익을 강조하지만 빈곤노동확산에 따른 소득과 구매력감소는 오히려 소비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초래 할 것이다. 한미FTA 졸속협상의 대재앙은 결국 농민뿐만 아니라 노동자 역시 비켜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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