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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환투표율 11%

제주도지사 소환투표가 투표율 1/3 미달로 '투표함불개표'로 끝났다.

투표율 11%...  포털 여기저기에서 기대치를 저버린 제주사람들에 대한 탄식과 비난의 글이 올라온다.

 

그러나 나는 사실상 공개투표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투표에 참여를 '결단'한 11%에게 무한한 박수와 존경을 보낸다.그리고 '절망, 분노, 슬픔'보다는 '희망'과 '행동하는 양심'을 본다.

 

애초부터 도지사가  "투표가 성사되면 각 읍면별 찬반비율이 나오고, 개인의 찬반까지 알게된다면 갈등은 더 커질것"이라며 '협박'에 가까운 투표불참을 촉구하면서,

 

이번 선거의 구도는 '투표참여는 곧 소환찬성' '투표불참은 곧 소환반대'가 돼버렸다.

 

결국 공개투표가 되어버린 투표장 가는길은 큰 결단을 요구하는 일이 돼버렸다.

 

제주라는 작은 섬에서 '제왕적도지사'를 수장으로 하는 특별자치도의 행정력은 유일무이한 막강한 조직동원력과 자금력을 행사한다.

 

혈연, 지연 등으로 얼키설키 매여있는 섬사람들이 이 모든 것들을 물리치기란 당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 '투표율이 높은 읍면, 리단위 마을은 행정적 지원과 해당 연고 공무원이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는 공공연한 협박에 공무원과 마을이장, 통반장, 부녀회, 노인회 등 자생단체장들이 투표장 앞을 노골적으로 가로 막는 상황에서 누가 '감히' 참정권을 이야기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어릴 적부터 아니 할아버지의 그 할아버지때부터 한동네에 사는 어른신들과 삼촌들을 물리치고 갈 사람과연 어디에 있겠는가.. 작지만 그래도 먹고살기 어려운 우리에겐 생명줄과 같은 농업보조금과 각종 지원, 시퍼렇게 살아있는 연좌제를 물리치고 갈 사람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

 

투표한 사람의 이름을 투표장 한켠에서 버젓이 쪽지에 적는 상황에서 '살생부'와 같은 쪽지에 이름을 올릴 것을 각오하고 투표하러 갈 사람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 이 섬에 계속 살려면 말이다.

 

나 역시 투표 전날 알고지내던 공무원의 '더러운' 전화를 받았음에도 '먹고사는' 문제때문에 고발조차 못하는 '더러운' 상황에서...

 

나는 공개투표와 살생부와 왕따, 연좌제, 불경을 각오하고 민주와 평화,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투표장에 당당히 들어선 11%의 내 이웃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 있기에 제주는 곧 우리모두의 평화와 생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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