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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주노동의 땀보다 5억원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

정부가 6월부터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체포, 구금 등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유는 "G-20 정상회의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것과  "국민의 일자리 잠식과 외국인 관련 범죄 유발 등 사회적 폐해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기가 차 말문이 막힌다.

미등록이주노동자, 이주민들을 예비범죄자, 테러리스트, 잠재적인 사회적 폐악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고도 '세계속의 선진한국'이니, '국격'이니 떠벌리고,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임을 자랑스레 말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북한 정대세의 눈물이 '자이니치' 재일 이주민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며 감동을 말하면서,

우리안의 또다른 '자이니치' 이주민의 고통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어릴적 삼촌들의 대화속에 간간히 섞여있던 '밀항, 오사카, 오무라수용소'는 그리 생소한 단어가 아니었고,

삼촌이 보내주고, 아버지가 들고온 온통 일본말 투성인 중고 코끼리표 밥통과 네스카페 커피가 낯설지 않을 만큼,  

우리의 삷속에, 제주사람들의 삶속에서 이주민과 이주노동의 역사는 빼놓을 수 없다.

이주노동자, 이주민은 내 아버지였고, 나의 삼촌이었다.

어려운 시절 그들이 부쳐준 돈으로 생계를 이어갔고,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학교와 마을회관을 세우는데, 도로와 다리를 놓는데, 제주공동체를 일으켜세우는데 

많은 재일 제주인들은 이주노동의 고귀한 피와 땀이 서린 돈을 아낌없이 보내왔다.

 

이렇듯 재일 제주이주노동자, 이주민은 국적과 출신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잠재적 범죄자도 아니요, 사회적 폐악도 아닌, 가족과 공동체를 위한 고귀한 노동자, 존경받는 가족, 가장이었다.

 

재일 제주인이 그렇듯 그 어떤 나라의 이주노동자, 이주민을 그 누구도 그 어떤 정부도 인종과 국적, 문화와 출신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의 노동과 인간의 존엄성을 박해하고 차별할 권리는 없다.

 

지난 2월부터 정부는 외국인이 제주지역에 부동산을 5억원 이상 매입할 경우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돈과 노동... 도대체 어느 것이 더 귀하고, 우선시되야 하는가. 당연히 인간의 노동이라고 답하는 게 상식일 것이다. 인간의 상식.

 

그러나 10년이 지나도 미등록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릎 꿇린채 체포되고, 구금되고, 추방당하는 이주노동자, 이주민이 존재하는 사회...

3년 아니 길게는 10년 이상 우리사회에서 함께 노동하며 흘린 땀보다 5억원이라는 돈이 더 귀하게 여겨지는 사회...

도대체 인간의 상식은 어디에 있는가.. 몰상식의 사회... 절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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