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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방식에 대한 고민.

한심한 스머프...님의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에 관련된 글.

 

 지나가다가 우연히 스머프님의 글을 보았습니다. 덧글에서 '음'님과 '붉은늑대'님이 얘기하신 것 말고, 좀 더 본질적인 부분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그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것은, 스머프님의 글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놓는 이분법적인 사고입니다. "몸 성한 이들이 몸 불편한 이들을 앞세우고 자기 몸을 사리는 꼴"로 그 때 상황을 묘사한 스머프님의 글은 어떤 사람들에게 굉장히 폭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몸 성하다(?)"고 해서 전경들과 더 잘 싸우는 것은, 또 그래야 한다는 것, 은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구요. 실제로 제 친구들 중에는 그 운동의 주장에는 백분 공감하면서도 집회 때 전경들과 싸우는 양태를 보고서는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유는 다양하겠지요.) 그들을 통칭하여 "집회하러 나와서 싸움하나 제대로 할 기세를 보이지 않는 어린학생들"의 "안이한 행태"로 치부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좀 더 중점적인 문제인 투쟁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그날 서울역에서 시청까지의 행진 중에 발생한 충돌은 스머프님의 말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저는 비교적 집회행렬 앞쪽에서 걸어가고 있어서 그때의 상황이 어떻게 벌어진 것인지 보았습니다. 행진 중에 순간적으로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분들이 앞서나가 일렬로 서서 도로를 막았습니다. 앞서나간 사람들은 그렇게 도로를 봉쇄했지만, 뒤따라오던 학생행렬은 전경들을 뚫지 못하고 봉쇄되었으며, 대열이 분리되어 더 이상 도로를 점거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즉, 그 상황은 도로를 '점거하려다가 실패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합법투쟁이냐, 불법투쟁이냐, 하는 논의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그것은 어차피 '그들'이 마음대로 갖다 붙이는 것이니까요. 다르게는 폭력투쟁이냐 비폭력투쟁이냐 하는 것을 말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서 어떤 투쟁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래서 그 당위성과 필요성이 투쟁의 주체들과 충분히! 공유되고 논의 된다면, 그래서 결정된다면, 저는 그렇게 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충분한 논의와 공유과정'입니다. 하지만 이번 집회는 그 공유과정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속적으로 장애인운동에 결합해온 사회당 학생위원회 친구들과 집회를 함께 갔는데, 그 친구 또한 그날 벌어진 그 상황들에 대해 사전에 들은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만약 그날 집회에서의 계획을 제가 알고 있었다면 집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예상해서 집회 참가자에게 공유시키고 참가여부를 선택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또 참가여부가 결정되면 참여정도(?) -앞쪽에서 전경들과 싸울지, 뒤 쪽에 물러서있던지 등- 또한 선택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사전에 공유가 된다면, 그 구성원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실제로 그날 집회에서 뒤따라오던 학생대오는 어찌된 상황인지도 몰랐기에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장애인 운동이 지금까지 그나마 이루어온 성과는 그만큼 끊임없는 고난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일년 중 하루인 4월20일에 사람들 좀 많이 모여서 전경들과 잘 싸우고 길 좀 잘 뚫어서 얼마간 도로를 점거했다고 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간단히 집회참가후기형식으로 쓴 글에 이렇게 '오버'하는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은, 제가 다른 방식의 운동을 고민하면서 기존의 운동방식과 많이 부딪혔던 부분이고, 또 그만큼 고민도 많이 했던 부분이라서 제 생각도 정리해볼 겸,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생산적인 논의가 전개 될 수 있길 바라면서 미흡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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