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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점님의 [집회방식에 대한 고민.] 에 관련된 글.
덧글단님들의 의견이 제가 올린 글의 내용보다 사뭇 진지하게 느껴져 트랙을 거는 것이 예의인것 같아 몇자 적습니다.
먼저 흑점님의 글을 보면 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 놓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졌다고 하셨는데 그 말도 어느정도 일리는 있는것으로 보이네요.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아니었다고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왜냐하면 그날 상황은 도로를 점거 하려다가 그렇게 된거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날 화가 났던 것은 어떤식으로든 싸움이 생겼으면 일단은 물리력을 동원해야 할 필요가 있는것인데 앞쪽에서 붙은 사람들은 몸이 불편한 이들 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뒤에 있던 학생대오들은 눈치껏 그 상황을 타계할 태도를 보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어느 누가 보아도 그 상황에서 학생대오는 자기 몸사리는 비열한 모습을 보여준게 틀림없었습니다.
그런데 흑점님은 충분히 계획되어지지 않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랐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게 과연 말이 될법한 소리 인지 묻고 싶어 지네요. 사실 별거 아닌지 모르겠지만, 집회방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저는 아직 잘 모릅니다. 제가 집회를 총괄하는 사람도 아니고, 지금의 상황이 예전 최루탄 맞아가며 군부독재에 항의하던 시절도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충분한 논의 과정이 부족하여 어떻게 결합해야 될지 몰랐다고 하는 부분은 저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이미 상황이 벌어졌고 거기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뻔히 보이는데도 계획적인 전술이 없었다는 이유로 엉거주춤 했다는것은 얼마 되지 않는 집회대오만 봐도 충분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년중 단하루라도 대대적으로 장애인의 차별에 대한 지난한 과정을 폭로하고 집회를 여는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흑점님이 말씀하신대로 "단순히 일년 중 하루인 4월20일에 사람들 좀 많이 모여서 전경들과 잘 싸우고 길 좀 잘 뚫어서 얼마간 도로를 점거했다고 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게 저의 생각입니다"라는 말처럼 그날 하루까지도 지금까지 목숨걸고 싸워온 장애인차별 철폐의 과정의 연속선상에서 나온것이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날 하루라도 조금 더 치열히 모든 대오의 연대와 결집속에서 집회는 의미가 있는것이고, 앞으로도 장애인 문제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생각이나 시선도 달라질것이라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예전의 전투적인 집회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향이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여전히 우리의 대립구도와 전선은 확연하게 그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지 오래 되어서 요즘은 어떤 방식으로 집회를 하는지 잘모르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단지 제가 바라는 집회라고 한다면 참여자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짧은 발언속에 뼈있는 내용을 담길 바라며 행진을 할때도 조금은 시시하지만, 우리에게는 가장 좋은 기회인만큼 선동적인 모습으로 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의 글을 예민하게 보신분들이 의외로 많아서 제가 좀 당황하긴 했습니다만, 제가 이번 상황에서 확실히 느낀것은 다른 어떤것보다도 '격세지감'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것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데 남이 볼까 두려워 하고 싶은 말을 못하거나 요리조리 돌려서 하는거, 그런거 저는 못합니다. 그래서 어린학생대오의 몸사리는 꼴이라는 표현을 썼던건데 본의 아니게 나름대로 열심히 투쟁하고자 하는 분들께 마음을 상하게 할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네요. 그점은 충분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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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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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 생겼으면 일단 물리력을 동원해야한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학생대오의 몸사림이 불편하셨던것 같네요. 근데 싸움이 생겼다고해서 꼭 물리적인 대응을 해야하는것은 아닌것 같아요. 그렇다면 공권력에 맞서 어떤 대응을 할것인가는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가능한한 함께 결정해야하지만, 많은 집회들에서는 소위 지도부가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온 새내기들의 투쟁방식까지 결정해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요. 그리고 이미 버렁진 상황에 대한 대처방법도 사람마다 단위마다 다를 수 있을거 같아요. 저는 계획적인 전술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전술로부터 소외된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부가 정보
스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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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말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저 역시 지도부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예전에 집회 참가 했을때 무조건 지도부 말에 끌려가야 했던적이 생각나기도 하는군요. 집회 참가자라면 어느누구도 소외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되겠죠. 그러나 여전히 '방식'의 문제는 입장이 다르다는걸 알겠습니다. 그 입장차이를 줄여 나가는것이 조금더 생산적인 싸움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뿐입니다. 그럼...부가 정보
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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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간의 입장의 차이가 드러났고, 그래서 이야기가 어느 정도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덧글 형식으로 짧게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그전에 제 글이 좀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그걸 먼저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제가 말했던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란 도로 점거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집회는 서울역에서 행진하여 시청에서 정리를 하는 것으로 기획되어있었습니다. 도로점거는 저희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지만, 지도부로서는 ‘계획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장애인투쟁의 경험들로 보아 그 때에 발생할 물리적 충돌 또한 지도부로서는 -그리고 그 것이 공유되었던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에게는- 충분히!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저를 비롯한 학생행렬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것을 스머프님은 "이미 상황이 벌어졌고 거기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뻔히 보이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 부분은 stego님이 지적하셨던 것처럼 집회에 대한 ‘입장의 차이’에 기인 한 것 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리적 충돌이 있다고 해서 일단 물리력을 동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날도 도로를 점거하려고 하지 않았으면(또 별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큰 물리적 충돌 없이 끝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물리적충돌이 단순히 ‘소모전’(이 단어에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투쟁-혹은 집회-자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감정 때문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물리적 충돌을 지칭하는 것입니다.)이 라면 저는 되도록 끼지 않으 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도로점거 계획을 몰랐던 저와 학생들로서는 그 물리적 충돌이 왜 일어난 것인지 몰랐고, 그러기에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stego님의 말처럼 저 또한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전술로부터 소외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전술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학교나 단체의 단위별로 참가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도 개인들의 차가 있겠고, 또한 개인으로 참가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포괄하기는 정말 쉽지 않겠지요. 문화제 같은 형식이 아니라고 한다면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참여하는 사람이 전술에서 소외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참여 할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뒤에서 사진을 찍거나, 피켓을 들고 서있거나, 구호를 외치는 것들이 그 사람들 나름대로 열심히 그 상황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앞에서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장애인 분들이, 또 나의 친구들이 당하고 있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것이 결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모습이 야속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자기 몸 사리는 비열한 모습”으로 규정짓고, 그들을 책망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제가 아는 한 사람과 집회 끝나고 얘기를 나누었는데, 자기는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집회가 너무 싫지만 전경들 방패사이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 분들의 다리가 낄까봐서 맨 앞에서 지키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서는 저 또한 절대적으로 공감하기에 더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저 또한 “그날 하루라도 조금 더 치열히 모든 대오의 연대와 결집 속에서 집회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떻게?’의 문제는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잠깐의 논쟁을 통해 해결될 부분도 아니고 계속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성화되지 않으려면요. 스머프님의 말처럼 시대가 변했고(물론, 저도 “여전히 대립구도와 전선은 확연하게 그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도 유연화 되었습니다(저는 요즈음 이게 더 무섭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택을 비롯한 어떤 곳에서는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더욱 이러한 고민들이 계속적으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개인적인 고민을 떠나서 공론화되는 과정이 많이 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물론 지금도 많이 있겠지만요.) 차분히 답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다 보니 꽤 길어졌네요.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