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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보다는 '의무'가 앞서니...

화려한 휴가를 보고 왔다.  '광주'얘기라는 걸 알고 있었고 광주에 대해서 적어도 알만큼은 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를 봐주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사실, 아주아주 오래전에 영화 '태백산맥'이 만들어 졌을때도 태백산맥을 책으로 읽고나서 충분히 감동 받은 후 였지만 영화로 만들어졌다기에 봤었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내용의 공통점을 떠나서 역시나 영화의 '한계'는 아무리 천재적인 감독이 만들었다고해도 엉성하기 그지 없을 뿐만 아니라, 도무지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오늘 본, '화려한 휴가' 그래...나도 "휴가!"를 가고 싶었다.  이렇게 찌는듯한 여름에 남들 다 떠나는 '휴가철'인데 말야..나라고 왜 무엇이 모자라서  이틀정도 휴가를 떠나면 안된다는 말인가? 라는 억하심정이 전혀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렇게 마음 먹고 내가 만든 휴가를 즐기기위해서 나는 영화관에 간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째됐든 이 영화를 본건 순전히 '의무감'에서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본다는 (잘난)'척'을 하는건 무엇이며, 그래도 한때 데모질 깨나 했었다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봐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서는건 역시나 ㅡ 말걸기 표현을 빌어ㅡ 개념없는 운동꿘 기질이 아니었는지...쪽팔린다..그리곤, 갑자기 누군가 내게 했던 말,  '너는 아직도 운동권적 소아병에 갖혀서 사는거 아니니?'라면서 비난했던 것이 절대 근거가 없는 말이 아니란걸 영화 다 보고 혼자 소주를 홀짝이면서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 어쩌면 나는 아직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제대로 모르고 있는걸지도 몰라.  작금의 사태를 보더라도 과연 우리가 피토하면서 싸웠던 그 세월을 보상(광주사태때 죽은 사람들이 국가유공자 대우을 받게 되었다고해서 보상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받을 길이 오기나 할까 말야... 또 다른 어떤 친구는 '아무래도 우리가 죽고 난 다음에도 좋은 세상은 올것 같지가 않아..' 라고 하는 독백을 내뱉었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도 "아니야! 그래도 오긴 올거야!!" 라고 받아치는 바보같은 순진함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는걸 알아차려야 될 때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현실'이라는 합리성 짙은 단어로 뒷받침 해준다고해도...

 

영화를 보면서 선량한 시민이 왜 '폭도'라는 누명을 뒤집어 쓰고, 끝까지 우리는 폭도가 아니야! 라고 절규하면서 싸우는지를 되새겨 보았다. 때마침, 나의 머릿속에는 얼마전 EBS 다큐에서 만든, '시대의 초상'이라는 프로그램이 오버랩 되었는데, 그 프로에 나온 사람은 다름아닌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만나고 존경해 마지 않는 시인 고은 이었다.  고은 시인이 중간중간에 한 말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전태일이 죽었을때 아무것도 몰랐던 나(고은)까지 각성하면서 데모꾼이  되었고,  지식인이든 노동자이든 그의 죽음이 결코 우리네 삶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라는걸 깨닫게 되었으며 그 죽음을 외면 한 사람은 시대의 백치에 다름 아니야." 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다시 얼어죽을 '환상'을 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광주사태에서의 '폭도'가 윤상원이 이끈 시민군이 '영웅'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니까, 그리고 '희망'이 있었으니까!    

 

솔직히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나지 않았다.  왜그랬을까??  주변 여기저기서는 훌쩍거리는 소리도 들렸고,  울지 않고는 보지 못할 영화라는 걸 말 없이 보여주기도 했겠지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술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내가 만약에 그 시절 거기 있었다면 나는 절대로 시민군에 가담할 용기가 없었을 테니까..한마디로 말해서 나의 비겁함을 그저 술한잔에 달래 보려고 했던 쓰디쓴 낭만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도... (역시나 소주를 이빠이 먹고 와서 쓰는 포스팅이라 두서는 없어도 잘 풀리는것 같기도 하다..ㅋ)

 

영화가 남긴건 별로 없다.  막연한 의무와 의식같은것에 얽매인다고 한들,  거꾸로 돌아가는 사회에 더이상 무엇을 담보로 살아가야 하는지 부터가 희미하기만 한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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