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느티가 발레에 빠져있다는 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일,
언젠가 느티가 가문비한테 그랬다.
"언니,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거지?"
"글쎄, 왜?"
"언니 대학교 갈 때 나도 따라 갈라고. 나는 그 때 중학교 가야 하니까 서울로 가서 예중 다니려고.."
옆에서 느티 엄마가 참견한다.
"야, 언니가 집에서 독립하자마자 너한테 얽매일라고 하겠냐?"
가문비가 씩 웃으며 답했다.
"나 KAIST 갈거야!"
"에이, 서울로 가지~"
"...."
(가문비가 KAIST를 가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전공과 관련해서 스스로도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느티를 놀려 주려고 짐짓 꾸며낸 대답이 아닌가 싶다...)
2.
오래 전부터 발레학원 원장선생께서 느티 엄마를 보자고 하는 걸
미루고 미루다가 지난 주말에 갔다가 왔다(나는 기사로...).
아내가 전하는 선생님의 말씀은 대강 다음과 같다.
-느티가 발레를 썩 잘한다. 지금으로서는 체형도 좋다.
-발레에 대한 아이같지 않은 분석력이 있다(시키는 대로만 하지 않는다는...^^)
-예비 전공반에서 너무 오래 머물면 실력이 정체된다.
-부모님이 동의하면 전공반으로 올리고 싶다.
-좀 더 욕심을 내면 대전에는 예중이 없으니까 서울에 있는 서울예중이나 선화예중 같은데 가는 것도 생각할 만하다. 지방에서도 드물게 합격하는 아이들이 있다.
-느티가 똑똑하니까 공부에도 좀 신경쓰고 하면 대학가기도 수월할 것이다.
아내가 뭐라고 했는지 다 정리할 수는 없지만 요지는 이렇다.
-느티는 어차피 지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것이라고 봤다.
-느티가 한다면 말리고 싶지 않고 말리기도 어렵다.
-그런데 어쩌다 발레에 재주가 있고 관심을 저토록 갖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
-부모가 밀어줄 실력도 안되고, 걱정이다.
-느티가 원하면 전공반으로 보내겠다.
집에 와서 느티한테 이런 얘기들을 다 하고 나서 물었다.
-전공반 갈거야?
-응.
-서울예중 갈 거야?
-아니, 예중은 안가고 예고 갈거야.
이래저래 걱정이 많은 부모 옆에서
가문비가 한마디 보탰다.
-느티가 지금껏 한 것(피아노, 영어, 스케이트....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네) 중에서 발레만큼 열심히 한 것이 없으니까 해 보라고 하지 뭐.
매일 저녁마다 발레학원 갔다가 8시가 지나야 집에 돌아오는 느티,
이제부터 매주 화, 목, 금은 9시 반이나 되어서 귀가한다네.
거실에서도 틈날 때마다 거울 앞에서 자세 잡고 연습하고 그러던데
힘들지도 않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