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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2

<그리움 2>

눈을 감았다가
눈을 뜬다

 

온 세상을 그대가 채웠다가
찰나 사라진다

영영
눈을 감고 살고 싶다

은행나무 줄지어 선 거리,
눈 부릅뜨고 달리면서
헛된 꿈을 꾼다

눈물,
따스한 그리움이다.

(2012. 11. 9)

*********
학교비정규직 파업집회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얼마 남지 않은 은행잎이 우수수 내 차 위로 떨어지기에
길 가에 차 세우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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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어제부터

페이스북에 드나들고 있다.

 

내 담벼락이 허전해서

어젯밤 늦게 즉흥적으로 써올렸다.

 

다른 카페에 옮겨서는

조금 고쳤다.

 

그리고는 완성했다 치고

이리로 옮겨 둔다.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각각의 특성을 어떻게 살릴지 고심하고 있다.

 

 

<열대야>

종일 불린 콩 한컵,
죽정이 몇개 골라내고
팔팔 끓여 삶는다. 


덜 삶으면
콩비린내 나고
오래 삶으면
물러터져 메주냄새가 난다고 했겠다.

팔, 팔, 8분쯤 지나서
콩만 건져내어 한알씩 껍질을 벗긴다.
하나 둘 셋 넷
열 스물 오십 백
셈이야 틀려도 관계없다.

껍질만 벗기고 나면
콩국물 만들기는 식은죽 먹기,
적당히 물을 부어
맷돌로 갈든 믹서로 갈든
고소하고 부드러운 콩국이 된다.

둘 셋 다섯 일곱
열 스물 백 이백
셈이야 틀려도 세월간다,
콩껍질 한알 한알 벗기다 보면
까짓거 열대야, 금세 더위를 잊는다.

(2012.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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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선언운동을 시작하며

[120803 노동정치_레디앙_기고.hwp (17.00 KB) 다운받기]

 

어줍잖은 글이지만 레디앙에 기고했다.

 

노동정치에 대하여 저마다 품고 있는 생각들은 매우 다양하겠지만,

말로 다투기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실천으로 모범사례들을 축적해가기를 바라는 맘이다.

 

모처럼 트윗에도 링크를 걸었고

여기에도 오랜만에 올린다.

 

어려운 때일수록 내 생각을 감추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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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 혁신과 노동정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산다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선언운동을 시작하며-

 

 

"노동정치? 웃기지 마라고 해!", "위원장은 당권파요, 비당권파요?", "차라리 동부연합당이라고 부르지 그래?", "이 나이에 새로 시작하자고?", "나 탈당했어요."

 

노동정치에 대해서 조합원들이 보이는 반응들이다. 비교적 점잖은 것들만 소개했다. 훨씬 더 노골적인 표현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대는 조합원들의 상당수는 지난 10년 이상 노동조합의 방침이나 간부들의 호소에 따라 진보정당에 돈이든 몸이든 아낌없이 바쳤던 이들이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동지들이라는 말이다.

 

그들에게 내가 통합진보당원이 아니라고 도리질하는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많은 조합원들은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을 동일시하고 있고, 통합진보당도 당연히 그 일부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 조합원들에게 민주노동당이 왜 둘로 쪼개졌는지,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은 어떻게 다른지, 나는 지금 어떤 입장인지,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보고, 느끼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그것이 곧 역사를 발전시켜 온 거대한 힘이다.

 

그런 조합원들이 진보정치라는 말에 넌더리를 내고 진보정당에서 속속 이탈하고 있다. 진보정치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그 전에 이미 우리 진보정치는 중병에 걸려 있었다. 병을 알고도 치료를 게을리 한 것이 우리의 죄이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조직과 간부를 막론하고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오늘의 상황은 우리 스스로 자초한 업보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나 자신을 돌아다 봐도 뾰족한 수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진보정치는 참 어렵다. 노동중심의 진보정치는 더 어렵다. 최소한 1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노동조합 현안도 첩첩 산중인데 노동정치라니, 조합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지레 걱정이 된다. 민주노조운동을 먼저 혁신해야 노동정치가 가능하므로 당분간은 정치운동은 접어야 한다는 주장도 새삼스레 신경이 쓰인다.

 

어떤 날은 억울하다는 생각이 불쑥 들기도 했다. 내 발로 걸어 들어간 노조였고, 내 스스로 선택했던 진보정당이었다. 민주노조와 진보정당은 노동자로서 내 자긍심의 원천이었다. 이것이 망가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어야 하나? 그럴 수는 없지, 다시 시작하는 거야. 말로만 책임을 느낀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주자고! 한편으로는 내가 포기하는 순간 그 자리를 대신할 패배주의와 정치 허무주의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같은 고민에 빠진 동지들을 만났다. 나보다 씩씩하고 의연한 그들에게서 많이 배우고 깨달았다. 아직도 새 세상을 꿈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사는 동지들을 보면서 나의 비겁과 나태를 꾸짖었다. 작년 12월부터 시작한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제안자 모임> 활동을 통해서는 새로운 노동정치가 지향해야 할 것을 공유했다.

 

노동정치가 무엇인가.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사회를 실현하는 운동이다. 새로운 노동정치를 꿈꾸는 모든 개인과 조직이 낡은 관계를 청산하고 머리를 맞대며 노동자 정치의 통일을 꾀하는 운동이다. 조직화된 노동자가 중심이 아니라 노동계급 전체가 하나로 단결하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운동이다. 노동자가 중심이 되어 각 부문 운동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이를 토대로 노동의 가치가 실현되는 새로운 사회질서를 창출하는 운동이다. 그렇다. 노동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운동이다.

 

긴 터널을 지나 나는 다시 한번 대중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노동정치 실현을 위한 정치운동을 본격화하기로 한 것이다. 그 중에 하나로 소박하게나마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자들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선언운동에 제안자로 참여했다. 가스, 화물연대, 전회련 학교비정규직을 비롯한 공공운수노조·연맹 산하 조직의 대표자들과 함께, 민주노조운동을 혁신하고 노동이 토대가 되는 정치운동에 나서자고 조합원들에게 제안하고 동의를 구하는 일이다.

 

여기까지 내 얘기이다. 노동정치의 실패 앞에 노조 간부로서 겪은 갈등과 번민을 말하고 싶었다. 동시에 나는 민주노총의 한 조합원으로서 민주노총 집행부에 대하여 강하게 주문한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추진, 닥치고 통합진보당 지지, 묻지마 세액공제 등 민주노총의 잘못된 방침이 나같은 장삼이사들의 지난한 노력들을 무위로 돌릴 수도 있기에, 제발 역사 앞에 당당한 민주노총이 되라고 일갈하고 싶은 것이다.

 

첫째, 민주노총 집행부는 민주노조운동을 혁신하는데 온힘을 쏟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진보정치의 실패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민주노조운동에 있다. 민주노총이 정규직 중심의 운동을 넘어서서 핍박받는 노동자들의 대표체로서 우뚝 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기업, 남성, 정규직 조합원들의 조합주의 운동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대표할 수 있는 노동자가 겨우 5%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노동정치의 토대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투쟁의 현장에 민주노총 집행부는 보이지 않고 해고된 노동자와 활동가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에 먹히지도 않는 정치방침이며 투쟁지침을 남발하지 말고, 민주노총 집행부가 살아있는 지침이 되어 현장에 붙박혀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이 노동정치 실현보다 우선한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노동계급의 대표성을 잃은 민주노조운동은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운동의 계급적 토대로서 기능할 수 없다는 말이다.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진보정치의 혁신,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운동은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이 담고 있는 의미조차 이해되지 않는다면 만나서 열띠게 토론해 보자는 말이다.

 

둘째, 민주노총이 노동정치를 말하려면 통합진보당에서 조직적으로 철수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면 민주노총 집행부는 갈팡질팡하고 있는 정치 행보에 대해서 통렬히 반성하고 통합진보당 당적을 얼른 버려야 한다. 진정으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하겠다면 과거에 대한 철저하고 비판적인 평가를 통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치밀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대중에게 제시해야 한다. 새정치특위는 여기저기 눈치만 보지 말고 당장 그런 일부터 하기를 바란다.

 

솔직한 이야기 하나만 더 하자. 나는 민주노총이 또 사고칠까봐 걱정이다. 정세를 자의적으로 분석하고 대중을 오도하지 말라는 것이다. 4.11 총선 직전까지 민주노총 집행부의 말만 들으면 금세라도 친노동 정권이 들어서고 노동악법은 당연지사 철폐할 기세였는데, 그 결과는 모두가 보는 것처럼 용역깡패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정세인식 똑바로 하자. 예컨대, 통합진보당이 분당하거나 통합진보당의 일부 계파들만 나와서 새 정당을 만든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는데, 혹여 민주노총 집행부가 부화뇌동하여 따라갈까 걱정이다. 또다시 얼렁뚱땅 자의적인 정치방침을 만들고 그것으로 민심을 호도하려 한다면 나같은 조합원들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얘기를 맺기로 한다. 진보정치는 실패했다. 가슴이 아프고 상처는 쓰라리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주저앉지 말고 새로 시작하자. 그리 많지도 않은 활동가들이여, 정파의 벽을 넘어 모두 광장으로 나가자. 노동 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길에 함께 나서자. 출발점이 다소 다르더라도 궁극엔 한 지점에서 만나도록 해보자. 진보정당이기를 포기한 통합진보당이나 노동정치의 통일을 염원한 조합원 대중과 소통하지 못한 진보신당의 한계를 뛰어넘고, 명망가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대리주의와 의회주의의 질곡에서 빠져나와, 10년이든 20년이든 꾸준하게 새로운 노동정치 실현을 위한 장정을 시작하자. (201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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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태풍>

 

하늘과 땅 사이에 널린

광대무변한 이불 한 폭

 

세상의 이치대로

한바탕 뒤집고 빨고 말려야 할 터

 

오늘 새벽에는 

한반도를 샅샅이 빨아대는구나.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리는 비,

미친 여의봉처럼 춤추는 바람,

 

전자 한개의 질량보다 가벼운

뭇 중생들의 삶이라 하더라도

 

짐승처럼 떠내려가지 말고(싸워!)

꽃잎처럼 흩날리지 말고(싸워!)

 

내일 아침에는 기어코

뽀송뽀송 잘 마른 세상 한번 보자구나.

(2012. 7. 19. 7호 태풍 카눈이 지나는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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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그리움에는

중력이 없다.

 

광대한 우주로

무한 팽창한다.

 

그리움이 커질수록

나는 티끌이 되어간다.

 

-2012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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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펄펄

누군가의 죽음에 관한 글은

더 이상 쓰지 말자고 한 것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난 주에 고 이광호 동지의 빈소에 다녀오면서

자꾸 뇌리에서 맴도는 생각들을 떨치기 위해서

몇 자 메모해 두었더랬습니다.

 

오늘 오연히

메주님의 글을 보고 트랙백을 걸어 둡니다.

 

메주님의 [[자동 저장 문서]이광호국장과 소주 한 병] 에 관련된 글.

 

눈이 펄펄

-김포 우리병원 장례식장에 다녀옴

 

1.

김포는 공항 아니면 평야였다 내겐 공항 아닌 김포에 올 일은 없었다 살아서는 얘기 한번 나누지 못한 어느 동지가 스스로 허공에 몸을 던졌다 하여 분함과 노여움과 애닯음으로 마침내 김포에 왔다.

 

눈이 펄펄 내린다 씨바 소복처럼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린다 세상에 치이고 사람에 밟혀 병을 얻고도 병을 병이라 부르기를 거부하고 약도 거부하고 그저 처절하게 고독과 싸우고 죽음에 저항했던 삶은 찰나의 순간 허공을 가르는 빛이 되었다.

 

그래 죽음마저 빛이라 하자 무상한 빛 아래로 동지들이 모여들어 뒤늦은 탄식과 울음을 소줏잔에 채워서 들이킨다 여기에 필시 깊은 우울을 앓고 있는 동지가 또 있을 테지만 그가 누군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산 자들의 죄이다 이대로는 도저히 씻을 길이 없다 더 이상은 죽지 말자 살아서 함께 싸우자는 맹세조차 부질없다.

 

2.

김포를 벗어나는 길에도 눈이 펄펄 내린다 환장하겠다 송이 송이 하얀 꽃송이마다 앞서 간 동지들이 번갈아 나타나서 아는 체를 한다 어디로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내 생애에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죽음의 문턱에서 끌어낼 수 있을까.

 

어깨 위로 속절없이 내리는 사념을 툭툭 털고는 총총 총총 발걸음을 재촉한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도망치며 살 것인가.

 

나여, 나의 동지들이여!

 

(2012. 2. 5)

 

* 고 이광호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1998 영등포구 양평동 소재 화평운수 입사(민주택시연맹 대의원)

2006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영등포구위원회 위원장

2006 지방선거 서울시의원 영등포구 제4선거구 출마

2008 주경복 서울시 교육감후보 선대본 영등포연락사무소장

2008 진보신당 발기인(영등포 당협 추진위원)

2010 전국민주택시민주노조건설준비위원회 서울지역 대표

2010 공공운수노조(준) 해복특위 조직담당자

2011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조직국장

 

2012. 2. 2. 아파트 15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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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벨트에 대한 이해(1)

[110401 과학벨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_1.hwp (14.50 KB) 다운받기]

 

미디어충청에 보내려고 간략하게 정리한다는 것이

그동안 상황을 되돌아보느라고 제법 시간이 걸렸다.

 

피시방에서 4시간을 낑낑거렸다.

과학벨트의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고민이 있는데

잘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과학벨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1)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에 관한 논란이 끝이 없다. 정치권, 지자체, 시민사회까지 지역별로 나뉘어져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과학벨트가 무엇인지, 왜 과학벨트를 하려고 하는지, 과학기술계의 입장은 어떤지, 그 계획은 과연 바람직하며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하는 것들은 잘 보이지 않고 입지 선정을 둘러싼 대립은 첨예하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과학벨트 논란을 차분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과학벨트의 기구한 운명

 

지난 2007년 대선 당시에 이명박 후보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초청 특강에서 과학기술분야의 2대 핵심프로젝트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과 '신에너지기술개발로 에너지 자립국 실현'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한나라당 대선공약집 충청남도편을 보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이라는 제목 아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여 기초과학센터를 건설하고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를 유치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벨트는 충청권에 대한 공약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된 이후 과학벨트 공약은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그 해 10월부터 불과 석달 남짓 논의를 거쳐 2009년 1월 13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제29차 본회의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안)>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채 한달도 안되는 2월 10일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학벨트 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2월 12일에 국회로 넘겨졌다.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추진되어 2009년 상반기 중에는 입지선정까지 끝내려는 기세였다.

 

그러나 과학벨트 특별법안은 입지선정을 충청권으로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충청권의 반발을 사는 한편 각 지자체간에 각축적이 시작되었다. 뒤이어 세종시의 역할을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바꾸는 수정안이 대두되면서 과학벨트의 세종시 유치가 수정안의 핵심이 되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고 6월 29일에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과학벨트 입지선정은 다시 오리무중이 되었다.

 

2010년 12월 8일 한나라당이 예산안 부수법안을 날치기 처리할 때 과학벨트 특별법이 동시에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그리고 2011년 1월 초에 대덕특구를 방문한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말해 파란을 일으켰다. 급기야 대선 공약의 당사자가 폭탄발언을 했다. 2011년 2월 1일 오전 방송 3사가 생방송으로 중계한 <대통령과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과학벨트)는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했던 것 뿐이며, 위원회가 발족해서 백지상태에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명백한 거짓말을 내뱉었다.

 

대통령의 과학벨트 충청권 공약 백지화 선언에 반발하여 충청권이 들고 일어났다. 범충청권 시도민 궐기대회가 열렸고,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까지 가세했으며, 거리에는 과학벨트 사수 플랭카드가 나부끼기 시작했다. 충청권만 떠들썩한 것이 아니다. 영남권과 호남권도 각각 과학벨트 유치 당위성을 들고 나왔고, 민주당의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대전, 대구, 광주 내륙 삼각벨트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지난 해 12월 8일에 국회를 통과한 과학벨트 특별법은 2011년 1월 4일에 공포되었고, 4월 5일부터 시행된다. 과학벨트 특별법 시행을 앞둔 3월 29일에 그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4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관련 특별기자회견'에서 '(과학벨트)에 관한 구체적인 것은 (법이 시행되는) 4월 5일 이후 총리실에서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검토하여 상반기 중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과학벨트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렇듯 과학벨트의 운명은 기구하게 흘러왔다.

 

과학벨트는 경제자유구역의 판박이

 

'과학벨트 특별법'부터 보자. 과학벨트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과학벨트 기본계획의 수립(제8조-제10조), 기초연구환경의 구축(제14조-제27조), 비즈니스환경의 구축(제28조-제35조), 국제적인 생활환경 조성(제36조-제47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기초과학연구원 설립과 대형 기초과학연구시설(중이온가속기) 설치 등을 포함하여 과학벨트의 개념에 관한 내용은 파악하기에 앞서, 입법 목적과 기업과 외국인에 대해서 특혜를 부여하는 내용을 우선 살펴본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이라는 것이 있다. 특정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하여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목적으로 200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2003년 8월 6일에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한 이후 부산/진해와 광양망권이 03년 10월에 지정되었고, 08년 5월에 대구/경북, 황해, 새만금/군산이 추가로 지정되어 현재 6개 구역이 운영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기업에 대해서는 갖은 특혜를 주는 반면에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고(주휴, 생리휴가 무급화, 파견제 확대 허용, 단체행동권 제약, 장애인, 고령자 의무고용 회피 등),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을 파괴하며, 심지어 조세징수권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 이 법 제정을 막기 위해서 2002년에 노동자들은 치열하게 싸웠지만 끝내 막지는 못했다.

 

'과학벨트 특별법'은 입법 목적과 특혜의 내용이 경제자유구역 특별법과 흡사하다. 과학벨트 특별법의 목적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조성 및 지원을 통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기초연구환경을 구축하고, 기초연구와 비즈니스가 융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는 것'(과학벨트 특별법 제1조)이다.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또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을 통하여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강화와 지역 간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경제자유구역 특별법 제1조)이 목적이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특별법은 그야말로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 과학벨트 기본계획은 다른 법률에 따른 계획에 우선한다(과학벨트 특별법 제4조). 경제자유구역개발계획도 마찬가지로 다른 법률에 따른 개발계획에 우선한다(경제자유구역 특별법 제3조). 물론 이 두개의 특별법보다 우선하는 것이 있기는 하다. 국토기본법에 따른 국토종합계획,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른 보호구역 등 관리기본계획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과학벨트에서 한가지 더 추가된 것은, 과학벨트 특별법에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특례를 정한 제29조부터 제31조까지의 조항과 제6장(제36조부터 제47조까지)은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하며, 만약에 다른 법률에서 과학벨트 특별법보다 더 규제를 완화하는 규정이 있으면 그 법률에 따른다는 것이다(과학벨트 특별법 제4조 1항).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특례법

 

과학벨트 특별법은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특례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법에 따른 특혜의 내용을 일부 열거해 본다.

 

과학벨트에 입주하는 외국투자기관(외국인투자기업, 외국연구기관)에 대하여 국세와 지방세를 감면하며, 외국투자기관에 임대하는 부지의 조성, 토지 등의 임대료 감면, 의료시설/교육시설/주택 등 외국인 편의시설의 설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국/공유 재산의 임대료를 감면한다(과학벨트 특별법 제29조). 공공연히 조세징수권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제30조는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정한 유급휴일을 무급으로 하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업종을 초과하여 근로자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하거나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과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장애인과 고령자의 고용은 기대할 수 없다.

 

국제적인 생활환경을 조성한다는 미명 아래 외국인에 대한 직접적인 특혜는 즐비하다. 출입국관리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과학벨트 거점지구에 근무하는 외국인에 대한 사증 발급 절차와 체류기간의 상한선에 특혜를 부여한다(과학벨트 특별법 제36조). 외국투자기관과 외국인의 편의증진을 위하여 공문서를 외국어로 발간/접수/처리한다(제37조). 방송법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외국방송을 재송신하고(제38조), 주택을 특별히 공급하며(제39조), 외국인 자녀 전용 보육시설을 설치/운영한다(제40조). 외국인학교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제41조), 국제고등학교 등 외국교육기관 설립을 지원하고 외국인 교원을 임용한다(제42조). 외국의료기관과 외국인 전용 약국도 개설하며(제43조, 제44조),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한 법인은 온천법에 따른 보양온천의 설치/운영 등 부대사업을 할 수 있다(제45조). 문예회관/도서관/박물관 등을 포함한 문화시설, 관광/숙박/위락시설 및 체육시설이 우선 설치되거나 유치되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제46조).

 

한 마리 토끼부터

 

기초과학과 기초연구역량의 획기적 진흥과 연구성과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과학벨트를 조성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외국인 투자에만 매달리는 내용만을 나열하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경제자유구역 특별법도 시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내용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3조5천억원의 투자계획과 20년간 생산유발효과 235조9천억원, 고용유발 212만2천명이라는 과장된 선전에 장밋빛 환상을 갖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현재 상황은 무척 안타깝고 혼란스럽다. 

 

과학기술은 한 나라가 축적한 지식체계와 기술력의 총화이다. 단번에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과 기술의 전 분야에 걸쳐서 차근차근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을 양성하고 적절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갖가지 특례로 화려하게 치장한 특별법을 내놓고 정작 과학기술은 정치적 공방의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 앞에서 과학기술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과학벨트의 개념, 과학벨트가 진정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담보할 만한 것인지, 현장의 과학기술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음에 이어가기로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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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비

황사는

새처럼 자유롭게

국경을 가로지른다

 

황사는

울릉도와 후쿠시마를 지나

태평양을 내달리는 꿈을 꾼다

 

밤새 꿈을 꾸었다

무수한 인파들 속에서

낯선 이들과 만나기도 하고

그리운 사람들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한순간 내 꿈은 온데간데없고

일요일 새벽

못다 이룬 황사의 꿈이

추적추적 봄비가 되어 땅으로 주저앉는다.

 

(201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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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그림 찾기?

전자신문 기사를 읽다가

내가 며칠 전에 썼던 문장과 똑같은 걸 발견했다.

어랍쇼?

그 다음 문장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뭐야?

그래서 내가 썼던 원문(성명서)을 다시 찾아다가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원문에는 1), 2), 3)......으로 번호를 붙이고 밑줄을 그었고

전자신문 기사 중에서 그것에 상응하는 것들은

1-1), 2-2), 3-3)....으로 번호를 붙이고 역시 밑줄을 그었다.

 

기사의 골격과 내용을 거의 우리 성명서에서 베껴놓고도

우리 노조 성명서나 주장에 대해서는 하나도 소개하지 않다니,

해도 해도 너무 한 거 아녀?

 

어떻게 해야 할지는

내일 출근해서 동지들 얘기를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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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노조 성명서(2011. 3. 8)

 

http://kuprp.nodong.net/notice/notice3_read.php?code=13&idx=1116&CPage=1

<성명서> MB! 과학기술을 포기하는가?

- 국과위 기능 강화 실패와 출연연 개편 좌초에 부쳐 -

 

1) 정부는 지난해 과학기술계의 기대와 출연연 현장의 요구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상설 행정위원회로 재편하기로 하고 2010년 12월 8일 과학기술기본법을 개정(날치기)했다.

 

그보다 앞서 10월 1일 제32차 국과위 본회의가 끝나자마자 청와대는 자화자찬하기에 바빴다. 대통령이 국과위 위원장을 맡고, 장관급 부위원장에 독립 사무처를 설치하며, 14조8,740억원에 이르는 정부연구개발예산 중에서 국방예산 등을 제외한 75%에 대해서 국과위가 배분과 조정권을 갖게 된다고 했다. 2) 새로 국과위가 출범하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에 대해서 과학기술 단체들은 환영 일색이었다.

 

3)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의 후속 작업으로 청와대가 주관하고 정부와 민간이 함께 구성한 ‘출연연 선진화 추진기획단’은 지난 1월말까지 열띤 논의를 거쳐 현재 교과부와 지경부로 이원화되어 있는 과학기술계 출연(연) 대부분을 국과위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의지는 확고부동했고, 한나라당은 그러한 흐름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그것은 말의 성찬에 불과했다. 과학기술기본법이 개정된지 불과 3개월만에, 아직 본격 출범하지도 않은 국과위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교과부와 지경부의 고위 관료들은 국과위의 운명을 1년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말을 흘리고, 4) 국과위 사무처의 절반을 민간 전문가로 채우겠다고 하던 계획은 120여명 중에서 40여명을 할당하는 것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5) 더 큰 문제는 국과위 재편의 핵심사항이었던 예산 조정과 배분에 관한 권한조차 불확실해지고 출연(연)의 이관 또한 불투명해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 주무부처 장관이 과학기술현장을 찾아 여러 차례 약속하고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했던 일들이 졸지에 껍데기만 남게 된 꼴이다.

 

6)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지경부와 기재부의 부처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지경부는 최중경 장관 취임 이래 국과위 기능 강화와 출연(연) 국과위 이관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혔을 뿐만 아니라 주무과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의 약속과 당정합의 사항과 반하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정도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7) 대통령실의 몇몇 과학기술참모들 외에는 정부 내에서 국과위 출범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없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과연 지경부가 이런 입장을 취할 자격이 있는가?

 

14개 출연(연)을 관할하면서 지난 3년 동안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연구용역비만 수십억원을 사용하고도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나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안전성평가연구소에 대해서는 무리하게 민간매각을 결정했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같은 출연(연)이면서도 유독 지경부 산하 기관들의 한숨과 주름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이다. 오죽하면 출연(연)현장에서는 전문성은 떨어지고 권위만 판을 치는 지경부에서 벗어나는 것이 큰 소망이 되어 버렸을까?

 

이명박 정권은 황폐화한 출연(연) 현장의 목소리를 겸허히 들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이 과기부와 정통부 폐지, 출연(연) 이원화, 국과위 형해화 등 지난 3년의 과학기술 정책 실패를 최소한이라도 만회하고자 한다면 국과위 재편과 관련한 약속들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8) 지경부와 기재부의 ‘제 밥그릇 챙기기’로 말미암아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확립과 출연(연)의 올바른 거버넌스(지배구조) 구축이 무산된다면 결단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2011년 3월 8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2. 전자신문 기사(2011. 3. 14)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1103110133

[과기 관제탐 '국과위'가 흔들린다]<하> 국과위 바로 세워야

지면일자 2011.03.14 윤대원기자 hbpark@etnews.co.kr

 

1-1) 정부는 지난해 과학기술계의 기대와 출연연 현장의 요구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를 상설 행정위원회로 재편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8일 과학기술기본법을 개정했다. 2-2) 정부는 상설 국과위가 출범하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 장담은 크게 빗나갔다. 3-3)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의 후속 작업으로 청와대가 주관한 것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구성한 ‘출연연 선진화 추진기획단’이다. 기획단은 지금까지도 아무런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4-4) 국과위 사무처의 절반을 민간 전문가로 채우겠다던 계획도 120여명 중에서 40여명을 할당하는 것으로 대폭 축소됐다. 국과위 파견 공무원의 질도 문제로 대두됐다. 각 부처에서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소위 ‘찬밥신세’에 놓인 공무원들이 대거 이동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민간 전문가 부문은 비정규직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위를 제대로 가동하려면 실력 있고 뜻있는 그러면서도 의식 있는 공무원과 민간위원의 적절한 배치전환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5-5) 특히 국과위 재편의 핵심사항이었던 예산 조정·배분에 관한 권한조차 불확실해졌다. 최근 국과위가 관련부처 실무자와 협의해 법제처로 넘길 시행령에는 과기계가 요구했던 국과위의 예산 배분·조정권 확보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각 사업별로 ‘협의’에 의해 조율한다는 식으로 정리돼 여전히 부처 간 이견의 불씨를 남겼다.

 

6-6) 내용이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지경부와 기재부의 부처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지경부는 최중경 장관 취임 이래 국과위 기능 강화와 출연연 국과위 이관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혔다.

 

국과위가 R&D 평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 평가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작업도 2월 임시국회에서 이를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결국 다음으로 미뤄졌다. 출범하는 상설 국과위의 일부 기능이 파행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과기계는 국과위호의 연착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상목 한국과총 사무총장은 “과기계는 국과위가 당초 구상대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내달 14일 국과위 출범이후의 기능과 역할을 확인·점검하는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과기단체장은 “김도연 내정자가 존경받는 인물임은 분명하지만 지경부와 기재부의 협조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대로라면 당초 기대했던 국과위의 역할이 위상확보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과위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 다시 한번 국과위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8-8) 지경부와 기재부의 ‘제 밥그릇 챙기기’로 말미암아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확립이 무산되면 안 된다는 얘기다.

 

7-7) 동시에 청와대의 몇몇 과학기술참모들 외에는 정부 내에서 국과위 출범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없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출연연의 한 기관장은 “솔직히 말해 출연연구기관의 국과위 이관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며 “이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면 과학기술 예산의 분배 및 평가라도 부처 협의를 잘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예산의 분배 및 평가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서는 청와대의 책임 있는 인물이 나서서라도 조율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가 6월말까지 연구원정년을 65세로 환원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박희범·윤대원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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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봄날은 간다

트위터에 잠깐 들렀다가 기형도를 만났다.

오늘은 기형도가

서울의 어느 극장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지 꼭 32년 된 날.

살아있으면 주변의 몇몇 동료들과 같은 나이.

아, 성석제가 그의 친한 친구라고 했지.

 

그의 시를 읽다가 먹먹한 심정으로 눈시울을 훔쳤던 적이 여러번이었는데

김진숙 동지의 트윗에서 다시 그런 마음과 눈빛을 기억해낸다.

 

한숨쉬다가 그냥 또박또박 옮겨 본다.

몹시 바쁜 시간인데, 잠시 쉬어야겠다.

 

<봄날은 간다>

-기형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열풍(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 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인사(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소읍(小邑)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 가면 그 뿐

숙취(宿醉)는 몇 장 지전(紙錢) 속에서 구겨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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