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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태풍>

 

하늘과 땅 사이에 널린

광대무변한 이불 한 폭

 

세상의 이치대로

한바탕 뒤집고 빨고 말려야 할 터

 

오늘 새벽에는 

한반도를 샅샅이 빨아대는구나.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리는 비,

미친 여의봉처럼 춤추는 바람,

 

전자 한개의 질량보다 가벼운

뭇 중생들의 삶이라 하더라도

 

짐승처럼 떠내려가지 말고(싸워!)

꽃잎처럼 흩날리지 말고(싸워!)

 

내일 아침에는 기어코

뽀송뽀송 잘 마른 세상 한번 보자구나.

(2012. 7. 19. 7호 태풍 카눈이 지나는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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