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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쿼터

내가 요즘의 스크린 쿼터에 관련된 소식들을 예전과 같은 태도로 보지 않는건 그동안 그렇게 커진 시장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스탭들의 처우는 열악하기 때문이다. 문화를 지킬 수 있는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 그게 전부 다 그렇게 해서라도 지켜야 하는 것들이냐에 대한 논의는 일단 제외하고라도 - 그 안에서 벌어지는 옳지 못한 일들은 여전히 논외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예전처럼 마냥 동의하기만은 힘들다. 게다가 당장 먹고 사는 것과 관련된 쌀 개방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몇몇 독립영화인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부산에서 벌어진 APEC 정상회의에서도 무비판적으로 대응했으면서 이제와서 국민들에게 연대를 호소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 할 것 같다. 그들이 지켜야 할 문화라는건 사실 대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에게는 배 부르고 나서야 하는 취미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더욱 우려되는건 그나마 그들은 유명세가 있어서 언론의 관심이라도 받아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이뤄내지만, 그 결과 대신 내주는건 영하에 날씨에 길바닥에서 물대포 맞아가며 싸워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런 사람들의 몫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문화는 커녕 먹고 사는 문제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스크린 쿼터 덕에 좋은 우리 영화가 나와도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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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사표

친구들이 내게 회사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하소연 할 때 마다 내가 위로 한답시고 던지는 말은 고작 '그래서 노조가 있어야하는데...' 이다. 어디처럼 늘상 '노조는 필요없어'라고 정신 교육을 가해서가 아니라 정말 운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노조가 필요하지 않을 곳에서만 일했던 내가 해 줄 말로는 적당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 게다가 현재 스코어 실업자라면 더욱 - 나로서는 나름 진심이다. 가끔은 '빵과 장미'의 애드리언 브로디를 떠올리며 그 회사에 말단으로라도 어떻게 들어가서 뒤집어 버리고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내 친구들을 나보다 몇 살씩이나 더 늙게 만드는 회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건, 들어주는 것외에 별 다른 할 수 있는게 없는 내게는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나를 더 우울하게 하는건 그 소중한 친구들이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다'라는 생각을 가지는건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면서 노동 3권을 물어보면 우물쭈물한다는 것. 직장내에서 노조를 대신한 단체의 대표 중에 하나라는 친구 조차 그럴진데 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긴 가만 들어보니 그 대표라는 것도 그저 귀찮은 절차상의 일을 사람 좋은 동료에게 떠맡긴 것 뿐인 것 같더라. 그저 우리는 나란히 앉아 돼지 같은 상사와 20년 동안 쓰잘데기 없는 것만 가르쳐 준 학교를 묶어 욕하며 어떻게 하면 속시원히 때려 치울까를 궁리할 따름이다. 거기에 내 역할이 있다면, 친구가 너무 흥분해 앞뒤 전혀 안재고 내일 당장 사표쓰고 나오지만 않게 가라앉히는 정도일까. 친구들에게 있어 '모든 잠재적 고용주를 상대로 무기한 자발적 파업'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나도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건 그들과 마찬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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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도 올바른

그러니까 내가 친구를 따라 교회 가는 것을 그만두게 된건, 그들이 착한 것과 올바른 것을 혼동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곳의 착한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왜 그들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떠올리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착한 사람들은 아무런 고민없이 동성애자를 박해하고, 양심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을 감옥에 쳐넣고, 파병에 찬성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마친 7주간의 새신자 과정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이란, 최소한 그곳에 착함은 있을지 모르나 올바름이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세상에 필요한건 보다 많은 올바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다 나은 세상이란 누군가의 비참을 누군가의 자비가 구해주는 세상이 아닌 누구도 자비를 구할 필요가 없는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세상은 그저 착하기만 해서는 불가능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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