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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내게 회사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하소연 할 때 마다 내가 위로 한답시고 던지는 말은 고작 '그래서 노조가 있어야하는데...' 이다. 어디처럼 늘상 '노조는 필요없어'라고 정신 교육을 가해서가 아니라 정말 운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노조가 필요하지 않을 곳에서만 일했던 내가 해 줄 말로는 적당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 게다가 현재 스코어 실업자라면 더욱 - 나로서는 나름 진심이다.
가끔은 '빵과 장미'의 애드리언 브로디를 떠올리며 그 회사에 말단으로라도 어떻게 들어가서 뒤집어 버리고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내 친구들을 나보다 몇 살씩이나 더 늙게 만드는 회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건, 들어주는 것외에 별 다른 할 수 있는게 없는 내게는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나를 더 우울하게 하는건 그 소중한 친구들이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다'라는 생각을 가지는건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면서 노동 3권을 물어보면 우물쭈물한다는 것. 직장내에서 노조를 대신한 단체의 대표 중에 하나라는 친구 조차 그럴진데 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긴 가만 들어보니 그 대표라는 것도 그저 귀찮은 절차상의 일을 사람 좋은 동료에게 떠맡긴 것 뿐인 것 같더라.
그저 우리는 나란히 앉아 돼지 같은 상사와 20년 동안 쓰잘데기 없는 것만 가르쳐 준 학교를 묶어 욕하며 어떻게 하면 속시원히 때려 치울까를 궁리할 따름이다. 거기에 내 역할이 있다면, 친구가 너무 흥분해 앞뒤 전혀 안재고 내일 당장 사표쓰고 나오지만 않게 가라앉히는 정도일까. 친구들에게 있어 '모든 잠재적 고용주를 상대로 무기한 자발적 파업'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나도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건 그들과 마찬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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