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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펄펄

누군가의 죽음에 관한 글은

더 이상 쓰지 말자고 한 것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난 주에 고 이광호 동지의 빈소에 다녀오면서

자꾸 뇌리에서 맴도는 생각들을 떨치기 위해서

몇 자 메모해 두었더랬습니다.

 

오늘 오연히

메주님의 글을 보고 트랙백을 걸어 둡니다.

 

메주님의 [[자동 저장 문서]이광호국장과 소주 한 병] 에 관련된 글.

 

눈이 펄펄

-김포 우리병원 장례식장에 다녀옴

 

1.

김포는 공항 아니면 평야였다 내겐 공항 아닌 김포에 올 일은 없었다 살아서는 얘기 한번 나누지 못한 어느 동지가 스스로 허공에 몸을 던졌다 하여 분함과 노여움과 애닯음으로 마침내 김포에 왔다.

 

눈이 펄펄 내린다 씨바 소복처럼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린다 세상에 치이고 사람에 밟혀 병을 얻고도 병을 병이라 부르기를 거부하고 약도 거부하고 그저 처절하게 고독과 싸우고 죽음에 저항했던 삶은 찰나의 순간 허공을 가르는 빛이 되었다.

 

그래 죽음마저 빛이라 하자 무상한 빛 아래로 동지들이 모여들어 뒤늦은 탄식과 울음을 소줏잔에 채워서 들이킨다 여기에 필시 깊은 우울을 앓고 있는 동지가 또 있을 테지만 그가 누군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산 자들의 죄이다 이대로는 도저히 씻을 길이 없다 더 이상은 죽지 말자 살아서 함께 싸우자는 맹세조차 부질없다.

 

2.

김포를 벗어나는 길에도 눈이 펄펄 내린다 환장하겠다 송이 송이 하얀 꽃송이마다 앞서 간 동지들이 번갈아 나타나서 아는 체를 한다 어디로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내 생애에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죽음의 문턱에서 끌어낼 수 있을까.

 

어깨 위로 속절없이 내리는 사념을 툭툭 털고는 총총 총총 발걸음을 재촉한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도망치며 살 것인가.

 

나여, 나의 동지들이여!

 

(2012. 2. 5)

 

* 고 이광호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1998 영등포구 양평동 소재 화평운수 입사(민주택시연맹 대의원)

2006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영등포구위원회 위원장

2006 지방선거 서울시의원 영등포구 제4선거구 출마

2008 주경복 서울시 교육감후보 선대본 영등포연락사무소장

2008 진보신당 발기인(영등포 당협 추진위원)

2010 전국민주택시민주노조건설준비위원회 서울지역 대표

2010 공공운수노조(준) 해복특위 조직담당자

2011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조직국장

 

2012. 2. 2. 아파트 15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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