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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11/27
    안개
    손을 내밀어 우리
  2. 2009/02/03
    1월, 무얼 했나?(6)
    손을 내밀어 우리
  3. 2007/11/15
    안개(4)
    손을 내밀어 우리

안개

 

안개 속에서 긿을 잃다.

 

그저께, 밤 늦은 시간,

강남에서 유성으로 오는 고속버스를 탔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1시 20분,

거리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

불과 50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내 차가 서 있는 사무실 앞까지

유유자적하게 걷기로 했다.

인적 드문 거리에는 택시들이 주로 달리고

24시간 노동하는 편의점, 해장국집, 족발집들과

밤에만 반짝하는 노래방들이 안개 속에 깨어 있다.

 

혹시라도 달리는 차가 나를 보지 못하면 어쩌나,

짐짓 걱정도 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다리를 건너

사무실 앞길로 접어들자 안개 속 아경이 몽환적이다.

왼쪽으로 대학생들을 위한 원룸형 빌딩,

오른쪽으로는 청계천을 꿈꾼다는 유성천,

그 사이로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이

안개의 땅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사진을 몇 장 찍었고 곧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어랍쇼, 어느 순간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너무 낯설다, 아니

익숙한 곳이기는 한데 내가 도달하고자 한 곳은 아니었다.

이게 웬 일이람?

그곳은 사무실을 한참 지나친 곳이었다.

 

되돌아 보았다.

사무실은 여전히 안개 속에 묻혀 보이지 않고

길 가에 세워둔 내 차는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이냐?

오던 길을 다시 걸었다.

곧 백설공주가 사는 성처럼 안개 속에 우뚝 선

사무실 건물을 만났다.

길을 잃을 수도 없는 직선도로 위에서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내가 몽유병이라도 걸렸다는 말인가?

 

길은 언제나 걷던 그 길이었고,

차는 곧 쉽게 찾아서 움직일 수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집으로 돌아와

안개 속에 찍은 사진들을 꺼내 보았다.

 

사진 속에는

물에 반사된 건너편 모텔의 네온사인과 가로등,

사무실 앞 가로수, 낙엽이 덮인 길가 잔디밭,

아스팔트를 떠도는 마지막 잎새들,

그런 새벽 풍경들이 맘 편한 자세로 누워들 있고,

저 앞 길 건너편에는

세웠던 그 자리에 내 차가 또렷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어디를 걷고 있었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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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무얼 했나?

1.

연초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회의, 사업계획 논의, 틈틈이 술자리...

 

그리고 설 연휴부터

쉴새없이 뭔가 일이 이어졌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바로 생일이라고 취하고

그 다음날(29일)은 서울에서 정기대의원대회

그 다음날(30일)은 서울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공청회

그리고 곧바로 미디어충청수련회(장용산휴양림)로 들어가서 술, 술...

또 그 다음날(31일)은 한내 총회, 용산참사추모 범국민대회, 술, 술....

2월 1일 오후에 와서야 지친 몸을 잠시 누일 수 있었지.

 

2.

어제(2일)와 오늘,

성명서 1개 쓰고 1개 검토하고

기고글 2개 간신히 다 써서 보냈다.

 

쓰는 것보다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 속에

정부가 감춰놓은

꼼수와 무모함과 비합리와 비민주성 같은 걸 찾아내는 것이 어렵다.

공부가, 아니면 내공이 부족한가...ㅎㅎㅎ

 

일이 밀려 있을 땐

블로그에 글 쓰는 것도

누구에겐가 편지를 쓰는 일도

괜시리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서 바쁠 때 올라오는 글들은

술 마시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라는...ㅋㅋㅋㅋ)

 

3. 

그저께와 어젯밤,

피곤함을 무릅쓰며 두부 4모 만들었다.

 

그저께는 누구한테 주려고 만들었는데

오늘 저녁에 손님들을 맞기로 했고

아침에 1모는 아이들 반찬으로 먹어버려서

이따가 2모쯤 더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두부 만드는 건 이제 일상이고 습관이다.

늘 2컵 정도의 콩은 불려서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두부가 떨어지는 즉시 자동으로 믹서를 꺼내게 된다.

 

4.

2월이 오자 곧바로 날씨가 덥다.

내 책상에서 내다 보는 둔산지역 시가지,

햇볕이 옅은 안개와 만나서 잔잔한 물살처럼 부서진다.

 

잠시 기지개라도 펴고

2월은 1월보다 여유 좀 갖고 살자.

 

나만이 아니라

동무들, 동지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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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지뢰밭에서도 자유롭게 활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지형을 잘 파악하고 지뢰의 성격을 온전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학습을 통해서든 경험을 통해서든, 자유는 그렇듯이 사물과 사건과 사람들, 모든 존재에 대해서 아는 데서 출발한다.

 

늘 다니던 길 위에서도 나는 가끔 길을 잃는다. 보이지 않아도 길은 내가 아는 곳으로 뻗어있음에 틀림없고 곳곳에서 무리진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오지만 나는 그 어떤 것도 길잡이로 삼지 못한다.  산뽕나무 열매를 따먹기 위해 혼자서 어두운 숲과 덤불 밑을 헤맸던 어린 시절이 끝난 이후, 나는 줄곧 보이는 길로만 달려왔다. 

 

그렇게 사십여년 살아오면서 내가 확보한 자유라는 건 기껏,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다가서는 순간 사라지는 안개 같은 것, 겨우 한치 앞의 밝음에 안도하면서 나는 오늘도 내 몸의 부피만한 작은 세계에 갇히고 만다. 꿈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면서, 언제까지 탈출을 꿈꾸기만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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