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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지뢰밭에서도 자유롭게 활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지형을 잘 파악하고 지뢰의 성격을 온전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학습을 통해서든 경험을 통해서든, 자유는 그렇듯이 사물과 사건과 사람들, 모든 존재에 대해서 아는 데서 출발한다.

 

늘 다니던 길 위에서도 나는 가끔 길을 잃는다. 보이지 않아도 길은 내가 아는 곳으로 뻗어있음에 틀림없고 곳곳에서 무리진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오지만 나는 그 어떤 것도 길잡이로 삼지 못한다.  산뽕나무 열매를 따먹기 위해 혼자서 어두운 숲과 덤불 밑을 헤맸던 어린 시절이 끝난 이후, 나는 줄곧 보이는 길로만 달려왔다. 

 

그렇게 사십여년 살아오면서 내가 확보한 자유라는 건 기껏,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다가서는 순간 사라지는 안개 같은 것, 겨우 한치 앞의 밝음에 안도하면서 나는 오늘도 내 몸의 부피만한 작은 세계에 갇히고 만다. 꿈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면서, 언제까지 탈출을 꿈꾸기만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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