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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는 동지들에게
추석 인사를 대신하여
연휴 동안 하루에 몇번씩 읽고 있는
고은 선생의 시집 "허공" 중에서
한 편을 뽑아서 드립니다.
내 말과 글로 인사드릴 여유 없음을 미안해하며...
사랑에 대하여
-고은
칸첸중가 혹은 에베레스트에는
사랑 따위 없소 필요없소
그 천년 빙벽에
그 천년 폭풍만 있어야 하오
팔천 미터 아래
나지막이
거기 어느 골짝에 사랑 있소
거기 오래 묵어
쉰내 나는 사랑 있소
물이 사랑에 주려
아래로만 흘러가고 있소
허나
저 아래 바다
거기에는 사랑 없소 전혀 필요없소
높지 말 것
넓지 말 것
사랑은 첫째 작고 시시할 것 바람벽에 홑적삼 걸릴 것
대자대비 아니오 박애 아니오 그저 사랑은 무명 맹목의 그 사랑이오
....쓰는 김에
재미있게 읽은 것 덤으로 한 편...
학
-고은
금방 두 날개 접으시고
내려앉은 학이시여
임이시여
만번이나 고상하셔라
무슨 헛소리이신가
이 물속
참붕어 한 마리
오로지 그 한 마리
그야말로 학수고대로 노리시어라
1.
고은 선생의 등단 50주년 신작시집(허공)이 나왔다길래
바로 주문했더니 어제 집으로 배달되었다.
받고 보니 초판 1쇄 발행일이 2008년 9월 10일이네.
펼치고 맨 처음에 읽은 것이 "앙코르와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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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인가?
캄보디아
바람 잔 마을
지뢰 밟아
다리 하나 잃은 아이
눈동자 고요하였다
그 아이에게 물었다
이름이 무어냐고
라이라 하였다
그 아이에게 물었다
네 희망이 무어냐고
그 아이가 좀 크게 대답하였다
남은 한쪽 다리 잃지 않는 거라고
앙코르와트 어디쯤인가?
옛날의 짝 잃은 수코끼리 울음 어디쯤인가?
2.
앙코르 유적지를 다녀온 것이 벌써 3주가 다 되었다.
시를 읽으면서
멀리 밀림 속에 오두마니 앉아있던 앙코르와트와
땅에다가 그림을 그려놓고 돈을 구걸하던 아이의 얼굴과
코끼리테라스가 생생하게 살아났다.
이러다가는 이번에도 여행 후기 올리기는 쉽지 않겠다 싶어서
떠오르는 풍경이라도 우선 올리고 봐야겠다.
프놈바켕에 올라 줌인하여 바라본 앙코르와트. 산이라고는 없이 밀림에 둘러싸여 평지에서는 가까이 가기 전에는 아무런 유적지도 보이지 않는다.
쁘리아칸 어귀 길바닥에 그림을 그려놓고 돈을 달라고 하던 아이.
나도 혼자였고 그도 혼자였다.
오른쪽 눈은 다쳤는지 원래 그랬는지, 혼자서 처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에 맘이 약해져서
캄보디아 지폐 한장을 꺼내어 주고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앙코르 톰에 있는 코끼리테라스...
이건 입체모자이크라고 해야 하나, 돌조각을 깎아서 쌓아올렸는데 참 튼튼하고 정교하다.
3.
고은 시인은 언제나 나를 기죽인다.
이를테면,
"파리채로/ 파리를 쳤다// 놓쳤다// 잘했다 잘했다 아주 잘했다"
(혼자 술 마시다가, 전문)
"칼바람 친다/ 아직 죽을 수 없다// 내려가자/ 내려가/ 술잔에 메아리쳐 술을 붓자"
(소백산에서, 전문)
"여보/ 풍경은 그저 풍경이 아니더군/ 한 생애더군/ 누구의/
울음이고 또 꽃덤불 속 가시에 찔려 아픈 웃음인 생애더군//
여보/ 풍경은 그저 풍경이 아니더군/ 한 정신이더군/ 어느 시대 세워주고 돌아선/
키 큰 휑한 지지리 못난 정신이더군//
여보/ 당신과 나 또한 저 모퉁이 돌아서서 그런 풍경 언저리 어김없이 머물더군"
(귀가, 전문)
펼치는대로 눈에 와 꽂히는 그의 말과 운율의 신명과 발랄함,
풍자와 사유의 깊이가 나를 제압한다.
이따금 고은이라는 이름 대신에 다른 시인의 이름을 놓아 보지만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다.
4.
청탁받은 글쓰기는 쉽지 않다.
뭔가 얽매이기 때문이다.
내일이 마감이라는 글, 쉽게 쓰지 못하고 헤매다가
하나로 만족하지 못해 같은 주제 다른 내용으로 두개를 쓰느라
오전부터 지금까지 끙끙거렸다.
잠시 쉬는 마음으로 고은 선생을 읽다가 숨이 가빠진다.
5.
이제 속보를 써야 한다.
오늘 오전에 쓰려다가 낮에 신임 원장과의 상견례가 있어서
그것까지 다루기 위해서 오후로 미루었다.
저녁에 내든지 내일 아침에 내든지, 맨날 내지 않으니까 좀 편하기는 하다...ㅎㅎ
서쪽으로 향하고 선 앙코르와트는 일출 때 해를 등지고 선다.
그걸 보려고 새벽 5시에 호텔을 나섰는데 구름이 끼어서 썩 만족스러운 풍경은 아니었다.
날이 밝고...
동메본에는 이런 코끼리가 여러 마리 산다.
앙코르와트를 내려다보고, 일몰을 보기 위해 올라갔던 유일한 언덕,
프놈바켕의 사원에 걸터앉아서 서쪽 하늘의 해를 보다.
내 뒷쪽에 서서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앙코르와트가 있다.
댓글 목록
산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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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없었으면 얼굴 잊어 버릴뻔 했소..ㅎㅎ부가 정보
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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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 음...잊어버린 듯하면 제 사진 한장씩 올리지요..ㅎㅎ..사진 한번 보면 얼굴도 한번 볼 일 만들구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