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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은 하면 할 수록 진실에 가까워지고,

결국엔 진실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얼마간 말을 너무 많이했다.

이제 말을 좀 줄여야 겠다.

 

이 블로그에 있는 글들이, 혹은 내가 요즘 내뱉고 있는 말들이 

얼마나 진실되었는지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다.

이 곳 또한 어느 순간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

 

영준형이랑 술을 먹다가

전에 형이 나에게 했던 "너무 잘살려고 하지 마"라는 말을 되새기고 있다고,

"그냥 지금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그 정도만 하며 살고 싶다"고 말하자.

영준형은 웬지 슬프다고 했다.

자기가 30대에 했던 생각을 아직 20대초반인 놈이 하고 있다고,

시대가 가혹하긴 가혹한가보다고...

 

어느 새벽 반지하홈페이지에 올라온 락이의 글을 보고 한참을 멍해있었다.

그리고 몇일전에는 보리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작년에 함께 했던 사람들끼리 정리의 시간을 갖자고... 

올해 언덕길 촬영을 제안 받았지만,

생각해본다고 해놓고는 나는 몇주째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작년을 돌아본다.

 

그때쯤 겸이 나에게 "너 바닥 친적있냐?"고 물었었고,

지경도 아마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바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꽤 아래에 있었던건 분명했던 것 같다.

 

지금은 "내가 그때 좀 찌질했었지"하면서 웃어넘겨버릴 수 있는,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질문들과 유예된 생각들,

그만큼의 앙금들.

많은게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변한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쿨한척, 똑똑한 척, 젠 척하는 지금의 나보다,

찌질하고 멍청하고 미숙하고 어리석었던 그때의 내가,

그래도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것 처럼.

 

진정성, 그놈의 진정성.

이제는 지겨워서 그깟 진정성 따위, 쳇!하며 비웃어 버리지만,

그래도 결국은 '진.정.성.'이다.

 

*

 

좋아하면서도 선뜻 다가가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안그래도 약해빠진 내 자신이 그 사람들 앞에 있으면 너무나 작고 초라해져서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도망쳐버리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들.

 

나는 아직도 반지하 사람들에게는 이 블로그를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

 

그래도

아마 큰 이변이 없는 한,

당분간 나는 여전히 지금처럼 살아갈 것이다.

어느 새벽, 지경이 나에게, "스물 다섯까지는 맘대로 살아. 그 후에는 안 봐준다"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며...

 

이제 1년 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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