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거창한 것을 쓰려고 노트를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보라"를 보고 무언가 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컴퓨터를 켠다.

 

1) 전북고속 남상훈 쟁의대책위원장과 인터뷰 후기.

 

오늘 오후에는 35일의 단식과 17미터의 망루 농성을 마치고 땅을 밟게 된 

전북고속 남상훈 쟁의대책위원장을 만났다. 

 

버스노동자들은 작년 여름, 한국노총을 탈퇴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하였다. 그리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쟁의와 교섭을 요구했고 교섭이 결렬되면서 절차에 따른 파업을 12월 8일 시작하였다. 

그러나 노동부는 자신들의 메뉴얼을 근거로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고, 전주시는 이 것을 빌미로

합법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버스노동자들의 고된 행군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버스노동자들은

무려 150여일이라는 시간동안 

거리에서 추위와 따가운 시선들과 싸워야했고,

집에서는 가난과 힘겨운 동거를 시작해야했고,

공권력의 침탈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했다.

 

법원의 판결은 이런 고난을 힘겹게 이겨내던 다음 해 봄이 되어서야 나왔다. 

 

남상훈 위원장은 공권력의 계속되는 침탈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시기에  망루에 올랐다.

 

내가 그를 처음 본 건, 물론 버스노동자들의 집회였다. 등에는 검은색 가방을 메고 연대온 동지들을

반갑게 악수로 맞이하던 모습. 남상훈 위원장을 망루에 오르기 전에 기억하는 장면은 그게 다였다. 

그런데 왠지 모를 자신감이 그에게 느껴졌다. 

 

그리고 약 40일이 지나고, 오늘에서야 나는 남상훈 위원장과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전북고속은 아쉽지만 사측의 교섭거부로 거리에서 다시 투쟁을 시작하였다. 

많은 언론들이 "버스파업 해결"을 떠들때, 전북고속 노동자들은 전교조의 천막농성장을 철거하고

다시 시외버스터비널에 천막을 쳤다. 

 

전북고속 남상훈 쟁의대책위원장 역시 망루에서의 단식농성을 마치고

병원에서의 요양을 할 겨를도 없이 천막농성장을 찾아야 했다. 

 

승리하기 전에는 내려오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내려올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그를 천막농성장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내가 그를 만난 건, 그래서 병원이 아닌 민주노총 전북본부 사무실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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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0Kg이 빠졌다고 한다. 꽤 단단했던 체구는 상당히 말라있었다.  

그러나 빠진 건 살일뿐, 전북고속의 문제는 여전히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할말도 많았고, 분노도 그만큼 컸다. 

 

목숨을 담보로, 삶과 죽음 경계위에서 위태롭게 서있던 망루에서

투쟁했던 그에게 분노는 분명 독이라고 생각하게 되니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 것은 남상훈 위원장에게 해가 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질문이 이어질때마다 분노는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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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고속 사측은 이번에 8억 3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전북고속노동자들을 상대로

걸었다.

 

모든 사람들이 바랬던 합의서 한 장이 아닌 고소장을 사측은 내밀었다. 

민주노조. 그거 하나였다.

 

보다 민주적인 노동환경을 만들기위해 30년, 20년 간 운전대를 잡았던 버스노동자들이

그 손으로 주먹을 웅켜지고 하늘 높이 치켜세운 이유는 그거 하나였다.

 

"전태일 열사가 70년 분신을 할때 외쳤던 단 한마디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였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외침은 변함이 없다. 우리가 투쟁하는 이유다.

       한국노총의 대표라는 사람이, 한국노총 전북고속지회 간부라는 사람이 자신의 월급 70만원 올리고

       조합원들 통상임금을 없애고, 임금을 삭감하는 그런 노동조합이 아니라....

       하루 14시간, 16시간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그런 노동조건을 바꿀 수 있는 노동조합.

       그게 우리에게 필요한 노동조합이다."

 

노예같았던 30년 버스노동자의 삶을 청산하고 이제 인간답게 더이상 당하지 않겠다는 전북고속노동자들.

 

난 순간 부끄러워졌다. 

 

전북고속의 향후 투쟁방향을 정하던 조합원 총투표에서 92%의 압도적인 지지로 거리에서의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건 대단한게 아니었다. 전북고속에서 밥 굶어가며 운전대를 잡아야 했던 노동자라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노예같았던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전북고속 노동자들.

 

어쩌면 자신의 건강보다는 투쟁하는 동지들의 이야기를 먼저 하고......

혹시 힘들지 않았냐는 나의 질문에 대화를 거부하는 전북고속 사측에 대한 분노와 투쟁으로 답하는....

 

남상훈 전북고속 쟁의대책위원장의 투쟁심은 전북고속 노동자들이 함께하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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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건승을 빈다. 아니... 그들에게 내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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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2 23:54 2011/05/0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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