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형은 가엾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미웠다. 언제나 망설이기만 할 뿐 한 번도 스스로 행동하지 못하고 남의 행동의 결과나 주워 모아다 자기 고민거리로 삼는 기막힌 인텔리였다. 자기 실수만이 아닌 소녀의 사건을 자기 것으로 고민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양심을 확인하려 하였다. 그리고 자신을 확인하고 새로운 삶의 힘을 얻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 형은 그 관념 속의 행위마저도 마지막을 몹시 주저하고 있었다. 악질인 체했을 뿐 지극히 비루하고 겁 많은 사람이었다. 영악하고 노회한 그의 양심이 그것을 용납지 않는 모양이었다.

 

 - 이청준,「병신과 머저리」,『잔인한 도시』, 열림원, 2006, 35p.

 

 

  갈수록 스스로가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자기 속은 자기만 알아서 다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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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7 16:55 2008/08/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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