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동안 나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마음이 잔잔했던 적이 있었을까 생각했고,
어느 순간 내 시간 속에서 그리움이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거나 혹은 그렇다고 여기게 되었다.
간신히 아무 것도 그립지 않게 된 무렵,
영문 모르게 섧고 쓸쓸하구나.
우연히 갔던 술집 화장실에서 발견할 글귀에서 위안받았다. 찾아보니 시제였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그 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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