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드라마 하고 싶어? 내가 드라마에서 여자 살아남은 거 한 번도 못봤어.
이전부터 알았고, 나만은 살아남고 말리라 단단히 오기가 난 적도 없다. 드라마 아니면 절대 안 돼? 라는 자문에 응, 이라고 대답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부족한 고민을 깡으로 착각하고, 갈등은 당연한 거라고 위안삼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핑계를 대고 있었을까.
나는 그저 방송국 직원이 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대도 나쁠 거 없다. 다큐건 극이건 방송국에 안 들어가도 어떻게든 할 수 있다지만, 가장 안정적인 환경에서, 사회적 지위를 누리며, 오래 꿈꾸던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거 아닌가. 환상에 불과한 것이었더라도.
그런데, 내게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는 걸까. 이전에는 있었던 것 같은데 갈수록 손에 잡히지 않고 흐려진다. 삶이 시사다큐만 같다고 느끼던 때, 나는 다큐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요만큼도 들지 않았었다. 그런데...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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