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야, 사는 게 재미있니?"

"재미있는 사람이 어딨어요..."

"넌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하핫..."

 

  나도 나름 조숙한 편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열일곱 살 땐 앞으로 재미있는 일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리 안다는 건, 더 많이 아는 게 아니라 그만큼 다른 걸 모르는 게 아닐까.

  아이는 없는 게 없다. 갖고 싶은 것도 다 산다. 다만 집에 어른이 없다. 따로 사는 아이의 아버지나 어머니는 가끔 애를 백화점으로 불러서 옷이나 pmp 따위를 사주고 돌려보낸다.

  공부를 해야 하노라고 잔소리를 하면서도 내 말이 참 쌩뚱맞다고 느낀다.

 

 

23시 50분 경.

23년 전 꼭 이 때, 엄마의 살을 찢고 피를 뒤집어 쓰고 내가 세상에 나왔다지...

오늘 내 질도 피를 쏟았다.

엄마는 소리를 지르느라 아무 생각이 없었고 

아부지에게는 첫 자식이 생기고,

외가에는 첫 손주가 생기고,

친가에는 아들의 첫 딸이 생기고.

그 때 나는 여러 사람을 기쁘게 했을 테다..

나 낳느라 고생했다는 말을 처음으로 겨우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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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1 23:57 2010/01/2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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