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누가 이런 식의 얘길 했었다. 요새처럼 청년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모두가 한탄하는 때 학생운동하는 이들이, 이전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이들이나 일제 시대의 운동가들보다 더 대단한 거라고. 억압이 더 뚜렷하게 거친 모습이라면 갈피 잡기가 되려 쉽지 않을까, 지금 생각하면 참 편한 소리지만 무튼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더래서 그 말에 어느 부분은 동감하는 면이 있었더랬다.

 

  생각이 바뀐다. 시간은 힘이 세다. 어제 요새는 술 먹으면서 정부 욕하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다고 누가 쓴 걸 봤었다. 나 역시 언젠가부터 술 마시다 으레 나오는 정치 얘기, 얘기하려다가도 하고 싶어도 그냥 그만 하자, 하고 탁 끊은 적이 여러 번이다. 말 안 하는 게 더 속편하니까.. 얼마나 더 편한지는 모르겠지만.  용산 1주기에 갔다가 제 마음만 안 좋아서 그냥 돌아오는 이가 있는 반면에 어떤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다. 억압에 익숙해지고 둔감해지고 그래, 또 그러려니, 하게 될 때,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음을 알고서도 힘을 내고 뭔가를 계속한다는 건 어렵다는 말로는 담을 수 없는 일일 테다. 내 삶을 끌어갈 힘 내기도 어려운데 말이다. 어느 때가 더 힘들고 덜 힘드네 따지는 게 아니라 각 시대인들은 어느 모습이건 그네들 몫으로 져야할 짐이 있는 거라는...

 

  요새 다니는 영상센터에 문제가 생겼다. 사실 이전부터도 거길 가만 냅두지는 않을 거 같은데 그대로 있는 게 되려 이상하단 생각도 했고 위태하다는 얘기는 이전부터 들렸더랬다. 난 아직 다닌 지 두 달이 채 안되서 내게 엄청나게 큰 의미가 있는 공간이라긴 무색하지만 나름 정은 들었다. 나보다 훨씬 큰 애정을 가져온 선생님들이나 수강생들 마음이 걱정은 된다. 그치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일 자체는 당장 어떻게 바꿀 수 없는 일이노라고 생각했다. 그치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하지 않는 것도 싫다. 그치만 수업 보이콧을 할 테냐, 어쩔 테냐. 솔직한 마음으로 당장 내겐 센터의 향후보다 당장 만들 영화의 배우를 어떻게 구하느냐가 더 크게 느껴지는 걸. 그게 마음 편한 것도 아니고 참..

    

  내가 더 나이를 먹고 또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서 지금보다 나아지더라도, 또 그 시대에 나름의 이유로 싸우는 이들을 보고 뭐 이런 걸 다 가지고, 이전보다 많이 나아진 거야, 이딴 생각은 안 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사소한 듯한 선택도 조심스럽게 해서 내 일과 삶에 기쁘게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른 이들의 일도 내 것만큼 가치있겠거니 억지로라도 애써서 잊지 말아야겠다. 기회가 있을 때 기꺼이 힘을 보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 정도 뿐인 것에 힘 빠지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1/26 11:06 2010/01/26 11:06

Trackback URL : http://blog.jinbo.net/peel/trackback/255

« Previous : 1 : ... 106 : 107 : 108 : 109 : 110 : 111 : 112 : 113 : 114 : ... 222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