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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에서 옛동네를 추억하다

 

저녁, 제법 쌀쌀하다.

8시까지 모임에 가야 하는데 버스는 오지 않는다.

바로 앞에 지하철 출구가 있고 술집과 밥집과 빵집의 네온이 휘황하건만, 그 한가운데 버스정류장 만은 섬처럼 황량하다.

도시란 그럴때가 있다. 번쩍이고 찬란하게 빛나지만 황량하고 쓸쓸할 때가 있다.

사람도. 공간도.

오지 않는 버스에 연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면서도 아, 여기서 반대쪽으로 가면 3주전까지 내가 살던 변두리 동네가 나온다는 생각에 맘이 짠하였다.

 

서울거리를 걸을 때면 늘 생각한다. 여기는 이리 사람이 많은데 저기도 어째 저리 사람이 많을까.

이 동네 사람들이 이리 번잡하게 살건만 저기 저 동네 사람들도 그리 번잡하게 살까?

3주전까지 난 저쪽 동네의 풍경속에 있었다.

공동주택의 알찬 화단과 집앞 한산한 찻길, 막걸리냄새가 진동하던 모퉁이 슈퍼, 민중서점, 아트피아문구사, 야쿠르트아줌마의 노란 리어카.

이용자가 너무도 적었던 전철역은 한산해서 참 좋아했었다. 기찻길역 배나무밭과 맞은편 슬레이트집들... 엄마가 일찍 죽었다는 큰아이의 친구는 우리집에 많이 왔었는데...

지금은 놀러갈 친구집이라도 있을런지.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가 이정도만 끄적여도 코끝이 시큰하다.

혼자 웅얼거리고 혼자 감동받는 셀프서비스 기능이 지나치게 비대화되고 있는 것이렸다ㅎㅎ

 

 

버스가 왔다.

버스는 나를 맨 앞자리 의자에 앉히고 옛동네의 반대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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