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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 다녀왔다

 

한겨레 신문에 상담코너가 있다.

영화배우 오지혜가 상담글을 써준다. 거기에 이런 무시무시한 문구가 있었다.

'한 사람이랑 평생을 살겠다는 무시무시한 결정을 하셨다면 그 사람의 가족 정도는 이해하려고 애써야 하는 것 아닐까요'

 

으... 정말 소름이 쫘악 돋았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쉽게 결정을 하는 것일까 (나를 비롯하여 ㅎㅎ)

한사람과 계속 같이 살아야하는데, 한 사람과 날마다 만나야 하고 날마다 밥먹어야 하고

날마다 싸워야하고 한사람과 한사람과 한사람과...

 

오늘 결혼식은 정말 웃겼다.

무제한으로 시가지가 팽창되고 있는 서울의 위성도시, 예식장은 온갖 간판들로 칠갑이 된

건물의 4층에 있었다.

나름대로 넓고 인테리어도 좀 하고, 이름표 붙이고 왔다갔다하는 진행요원들도 많았다.

 

두개의 결혼식장이 대칭으로 마주보고 바쁘게 식들을 치뤄내고 있었다.

배고프고 바빠보이는 사람들로 예식장을 붐볐다. 식이 시작되고 이런저런 절차들이

최대한의 형식미를 갖추어 진행되었다.

제일 웃긴 것은 도우미들의 옷차림과 행동양식이었는데 흰색민소매원피스를 입은

도우미들이 양가 어머니 촛불붙이는 것부터 의자에 앉는 것까지 부축을 해주었다.

도우미들은 신랑신부 입장때도 허리를 90도로 꺾어 엉덩이를 쭈욱 빼고 절을 하였다.

또 도우미들은 신랑신부 퇴장때 조잡하게 생긴 나팔을 불어 오색의 색테이프를 발사하기도 하였다.

(이글을 끄적이면서도 그 장면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ㅎㅎ)

 

모든 공식비공식 대내외행사에 젊은 여성에게 희한한 제복을 입혀 허드렛을 시키는

아름다운 전통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음 이 얘긴 따로 다음에 해야겠다.. )

 

하여튼 결혼식 중간에 사회자가 신랑에게는

만세만세만세 를 외치라고 시켰다. 신랑이 했다.

신부에게는 봉잡았다봉잡았다봉잡았다 를 외치라고 했다. 신부가 했다.

축가를 불러주러 온 이는 노래중에 '그손' 이라는 가사가 나오면 뽀뽀를 하라고 했다.

난 축가를 그손그손그손.. 이렇게만 부를 줄 알았는데 그러지는 않았다. ㅋㅋ

신랑신부는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개그맨들 같기도 하고, 현실풍자부조리극의 희극배우들 같이도 보였다.

 

두 사람은 8개월정도 만나고 결혼을 하는 거라고 한다.

난 ? 6개월 정도 만나고 결혼을 한 것 같다.

음 정말 통도 크군.

날마다날마다 한사람과한사람과 한달두달 1년2년 10년20년 ...

같이먹고같이보고같이자고같이같이같이...

인간이 정말 위대한 종족같긴 하다.

오늘도 많은 종족원들이 이런 무시무시한 약속을 감행하고 또 대체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도 갈고닦으며 박애정신을 발휘하고 있지 않나^^

나? 나도 인격수양많이된다,  내 짝? 지상최대 배려심의 소유자이시다ㅎㅎ.

 

 

그나저나 오늘 결혼''식''을 한 그 커플은

무시무시한 약속의 첫 기념행사를 유머가 넘치면서도 부조리하게 치른 것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을까?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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