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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22
    전망을 갖고 있느냐~ 고?(1)
    삐삐롱스타킹
  2. 2008/03/22
    열살소년, 3월의 어느날
    삐삐롱스타킹

전망을 갖고 있느냐~ 고?

 

운동권들이

복잡다기휘황찬란오묘신묘간난신고의 세상사를

참으로 간명하고 단순하게 이해하는 비결이 뭘~까요~?

 

음, 자기생각만이 옳다는 뚝심? 그런 것도 있고,

역사의 필연이라는 게 있는데 그 걸 잘 모르는 우매한 인민들의 삶이

참 우스워보이고 가치없어 보이는... 선지자의 고독~?

 

여러가지 비결이 있을 수 있겠다.

 

왜 이런 말을 하냐면,

한 6,7년전부터 그 비결이 매우 궁금하기는 하였으나 알면 다칠까봐

애써 피하던 차에

어떤 결정적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동료상근자가 5개월넘게 휴직을 하다 어제 나타났다.

그냥5개월이면 뭔 문제이겠는가 마는 지맘대로 쉬고는 지맘대로 나타났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얘를 붙잡고 앉아

다시 사무실에 나오라고, 같이 일하자고,  설득도 하고 사정도 하여

온상근은 아니지만 주3일이라도 일을 하겠다는

답을 듣고 사무실에 들어왔다.

 

면담결과를 전하니... 상근자 하나가 말하기를

"휴직전에도 일하기 싫다고 재미없다고 투덜거렸던 사람인데 오늘 보니 별도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전망을 이 쪽으로 잡은 거냐.?  이 운동을 하겠다고 전망을 세운 것도 아닌데 예전처럼 그러면 곤란하다..."   

 

 

 

이따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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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소년, 3월의 어느날

 

3월의 한 주가 갔다.

이제 며칠 남았지? 음 다음주 한주가 더 남았군.

 

뚝배기에 있던 누룽지 끓여갖고 노트북앞에 앉아 있다.

구수하긴 한데 , 푸허.. 뜨겁다 ㅠㅠ.

 

 

이번주에는 사건이 좀 있었다.

 

뭐냐~

열살 큰애가 지난 월요일 학교를 무단결석하였다는 어마어마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렸다.

월요일 아침 9시가 훨씬 넘어 눈을 뜬 나는 부랴부랴

아이 발에 양말을 끼우다시피 해서는 어서 가라고 등을 밀었다.

아이는 물한모금 못 마시고 얼떨결에 학교로 갔다  고  나는 알고 있었다.

 

점심식사 때 방과후학교에서 전화를 받고서야

아이가  동네유랑을 다녔다는 것을 알았다.

음, 학교선생님은 그때까지 전화가 없었다.

(오후에 내가 먼저 했더니 당황하며 아파서 안 왔으려니 했다고 하였다.

새학기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아이는 약 네시간 정도 동네유랑을 하였다.

 

저녁에 마주앉아 유랑기를 들으니

이사온지 한달도 안된 동네를 길을 잃었다가 되돌아오기를 여러차례 반복하며

동네를 돈 모양이다.

 

햇살 밝은 월요일 아침

내가 만약 책가방메고 배회하는 초딩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할까. 

이름물어보고, 학교 안가냐고 물어보고, 전화해줄까 물어보고, 학교데려다줄까 물어볼 것이다.

음....

아이는 나같은 어른 여러명을 만났다.

우리집 위층 사는 세탁소 아줌마를 비롯하여 유치원버스운전기사, 할아버지,

나중에 알고보니 자기친구 아버지였던 무서운 아저씨 등...

 

또하나 꼭 만났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만났다고 주장하는, 만났다고 믿고 싶은 이도 있다.

"엄마 내가 왜 학교를 못 갔냐면 학교가는 죠기 언덕길 있잖아

거기를 올라가는데 깡패 30명이 나타난거야

그래서 내가 차 뒤에 숨었거든. 근데 자꾸 나타나니까 도망가느라 학교가는 길을 잃어버린 거야"

 

아이는 큰 사거리 주유소에서 똥도 눴다고 했다.

우와 대단한데, 난 진심으로 칭찬해주었다.

숫기가 없어 집이 아니면 화장실에 잘 못가던 아이 아닌가

 

 주머니에 들어있던 사탕 몇개를 다 까먹고 배가 고파 더이상 버틸 힘이 없게 되자

숯불갈비집에 들어가 (밥을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시계를 본뒤 방과후 학교 앞에서 망설이다가,

다시 숯불갈비집으로 가서 시계를 보고는

방과후학교 앞에서 배회하다가 간식해주시는 할머니교사에게 발각되었다.

 

이상이 아이의 무단결석의 전말이다.

아홉시가 넘어 아이를 깨운 나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한심하다, 모범을 보여라, 애를 어떻게 키우는 거냐  정신차려라

 

 

근데 나는 좀 다른 고민을 하였다.

아이를 만났을 때 어떻게 말할까. 무얼 해줄까.

 

나는 아이의 첫 땡땡이를 축하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아이에게 학교에 가지 않을 용기가 있다는 것에 대견했고, 흐믓했다.

(대견한 일 맞지요?ㅎㅎ)

아이가 길에서 헤맨 네시간은 참 외롭고 막막하고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아이는 모험담을 한아름 안고 내앞에 나타났고,

 

열살의 어느 봄날,

성장의 큰 걸음을 성큼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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