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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어로 귀환은 노스토스nostos이다. 그리스어로 알고스algos는 괴로움을 뜻한다.

 

노스토스와 알고스의 합성어인 노스탈지 즉 향수란 돌아가고자 하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서 비롯된 괴로움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개념을 나타내기 위해 대다수의 유럽인들은 그리스어에 기원을 둔 단어나 민족어에 기원을 둔 다른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각 언어에서 이 말들은 서로 다른 뉘앙스를 지닌다.

 

대개의 경우 그것들은 고향에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생긴 슬픔만을 의미할 뿐이다.

향수병. 고향병. 영어의 homesickness, 독일어의 Heimweh 또는 네덜란드어의 heimwee는 모두 고향에 대한 향수로 생긴 병을 뜻한다. 그러나 이들은 거대한 개념의 공간적 축소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오래된 유럽어들 가운데 하나인 아이슬란드어는 두 용어를 구분하고 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향수를 뜻하는 쇠크누두르 söknuður와 향수병을 뜻하는 하임프라heimfra가 그것이다.

 

 체코인들도 그리스어에서 취한 노스탈지nostalgie란 단어 이외에 스테스크stesk라는 그들만의 명사와 동사를 갖고 있다. 체코어로 표현된 가장 감동적인 사랑의 문장은 '나는 너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인데, 이는 '나는 너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견딜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듯 어원상으로 볼 때 향수는 무지의 상태에서 비롯된 고통으로 나타난다. 너는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네가 어찌 되었는가를 알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 고통, 내 나라는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는 고통 말이다.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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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자기 시계가 다른 사람의 손목에 있는 것을 보자 그는 이상한 불편함에 사로잡혔다. 마치 이 십년이 지나서 무덤에서 튀어나온 시체가 세상을 다시 발견한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걷는 습관을 잃어버린 시체는 소심한 발로 땅과 접촉한다.

 자기가 알았던 세계를 거의 알아보지 못하지만 삶의 흔적들에 끊임없이 부딪힌다. 그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을 나누어가진 살아 있는 자들의 육체에서 자신의 바지와 넥타이를 본다. 그는 모든 것을 보지만 어떤 것도 자신의 것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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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에서 그는 나쁜 기억을 잊었는가? 그렇다. 왜냐하면 거기에서는 조제프가 더 이상 떠나온 나라에 대한 기억에 전념할 이유도, 그럴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피학증적 기억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그의 인생의 주요 부분들이 망각 속에서 무너짐에 따라 인간은 그가 사랑하지 않은 것으로부터 벗어나서 더 가볍고,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특히 조제프는 외국에서 사랑에 빠졌으며, 사랑은 현재 순간의 고양이다. 현재에 대한 그의 집착은 기억들을 쫓아냈으며 기억의 개입으로부터 그를 보호해 주었다. 그의 기억은 여전히 적의를 품고 있었으나, 무시되고 격리된 기억은 그에 대한 힘을 잃어버렸다.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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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의 수학적 역설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향수가 가장 강할 때는 소년기, 즉 지나간 삶의 부피가 대단히 적을 때이다

 

그것은 과거에 사로잡혀, 무릎을 꿇고 패배한 현재이다. 그녀는 한 청년이 자신의 삶에서 떨어져 나가서 영원히 접근할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버리는 것을 본다. 넋을 잃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멀어져 가는 삶의 편린을 쳐다보는 일뿐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바라보며 괴로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향수병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이러한 감정, 돌아가고자 하는 거역할 수 없는 욕구는 그녀에게 과거의 존재, 과거의 힘, 그녀의 과거의 힘을 단번에 드러냈다.    pp.82-83

 

 

 

쿤데라.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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