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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9
    우리의 전망은 단결을 더하고 연대를 곱해 평등을 얻는 것이다
    초봄

우리의 전망은 단결을 더하고 연대를 곱해 평등을 얻는 것이다

 

 

 

 

-류기혁 열사 5주기에 부쳐

 

분노 하나로 충분했던 날들은 갔다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고 둘이고 셋이고 여럿이었다

단결은 대공장 정규직 남성조합원들만의 특별한 이해를 보장하는데 사용됐다

조끼를 입은 사내들은 집회 때 ‘해고는 살인이다’, 습관처럼 구호를 외치고 돌아와 맨아워 협상 자리에 앉는다

‘단결’을 위해 단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됐다

회사와 정규직 집행부가 합의한 정리해고 방침이

‘입사역순’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원 우선 고용 보장’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됐다

투쟁이 아니라 취업알선 행위가 비정규직운동이라 불려졌다

분노 하나로 충분했던 날들은 갔다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고 둘이고 셋이고 여럿이었다

 

적이 손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비열함을 이용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깨지는 싸움을 한 적이 없다

깨지기도 전에 스스로가 무너져내렸을 뿐이다

 

어디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우리는 류기혁 열사를 우리 몸에 들게 해 화산처럼 끙끙 앓아야 한다

우리 몸이 단결에 민감해지도록, 세포 하나하나가 투쟁에 반응할 수 있도록

질문처럼 비판처럼 앓아야 한다

 

난 아직도 류기혁 열사의 생애 마지막 걸음을 기억한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천막농성장에 있었던 동지들

귤 한 봉지에 정성스런 마음을 담았다

“동지들 괜찮아요”

농성장을 찾아 일일이 안부를 물었다

류기혁 열사의 생애 마지막 걸음은

나 혼자만 살겠다는 경쟁이 아니라

투쟁은 안되고 감정만 남은 분열과 불신이 아니라

싸우기도 전에 두려움처럼 빠져드는 절망의 깊이가 아니라

동지들의 지친 몸에 안부를 묻는 인간에 대한 지극한 예의였다

류기혁 열사는 죽음의 방향조차 투쟁하는 동지들을 향했다

 

동지들 괜찮아요?

류기혁 열사의 동지에 대한 정성스런 마음이 우리 모두를 새롭게 할 것이다

낮고 가장 아픈 곳으로 손을 내밀면 그 곳에 류기혁 열사가 있다

동지들 괜찮아요?

강물처럼 손 끝에 와 닿는 류기혁 열사의 숨결 속에서

우리는 위로처럼 격려처럼 치유될 것이다

마침내 다른 세계를 꿈꾸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차이 속에서 차이를 가로 질러 당연한 것들에게 질문을 던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차이 속에서 차이를 가로질러 협력을 생산하는 힘을 키울 것이다

 

우리는 1차와 2,3차로 나누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의장과 비의장으로 나누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2년 이상과 2년 이하로 나누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전술적 어려움 때문에 결코 진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직접 행동 속에서 방법을 찾고 기어이 단결 쪽으로 깃발을 올릴 것이다

우리의 전망은 단결을 더하고 연대를 곱해 평등을 얻는 것이다

 

부르주아 사법기관에서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불법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치떨리는 경쟁에 내몰렸던 이 불법의 사람들이

다시 손을 잡기 시작했다 따뜻하다

따뜻한 손에서 따뜻한 손으로 전해지는 새로운 세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 따뜻한 관계에 우리 생을 걸어볼만 하다

 

어느날 문득

우리는 동지들의 환한 웃음 속에서 행복해질 것이다

2010년9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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