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비한 여름

 

겨울 속의 여름

봄 속의 겨울

너는 새들이 노래하는 걸 들었다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는

 

나는 그 여름을 허비해 버렸다

시간은 너무도 쉽게 지나갔다

하지만 그 여름이 정말 허비된 거라면

나는 어째서 그토록 홀가분한 기분이었을까

나는 여름을 아무 것도 안 한 채 다 보내 버렸고

그 여름 하늘은 정말 말할 수 없이 푸르렀지

나 자신이 찍힌 이 사진 한 장만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증거

 

강가를 산책한 일곱 주

밤을 꼬박 새운 일곱 주 동안의

 

나는 여름을 그렇게 다 써 버렸고

시간은 너무도 상쾌하게 지나갔다

이제 책과는 안녕이다

지금부터 내가 읽을 유일한 대상은

사람들 얼굴이니까

나는 여름을 그렇게 허비했다

 

신문과 잡지를 읽은 일곱 주

강가를 산책한 일곱 주

죄책감에 빠진 일곱 주

밤을 꼬박 세운 일곱 주의 하늘 아래서

 

겨울 속의 여름

겨울은 곧 봄

너는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다

모든 게 다 좋아질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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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6 01:43 2011/08/26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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