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앨런' 하비. 내가 눈여겨 보고 있는 사진가인데, 저명한 정치경제지리학자(데이비드 하비)와 이름이 거의 같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가이면서 그 유명한(!) 매그넘 소속으로 주로 쿠바나 남미 같이 히스패닉 문화권에서 작업을 많이 했다. 예전부터 사진집을 사보고 싶었는데 미안하게도 인터넷으로 다 봐버렸다.

 

cuba

http://www.digitaljournalist.org/issue9910/cubaintro.htm

 

divided soul

http://www.digitaljournalist.org/issue0310/divided_soul.html

 

 항상 좋은 사진가의 작품을 보면 느끼는건데 역시 사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한 예술이 아닌가 싶다. 하비는 빈민가의 흑인을 찍기 위해 100일 동안 오두막에서 흑인들과 같이 생활했다고 한다. 좋은 사진은 무관심도 아니고 고발도 아니며 깊은 이해와 같은 어떤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에서 가장 기본이고 중요한 것은 구도감각도 아니고 색감이나 계조도 아니라, 피사체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하비의 인터뷰를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Though I was most influenced by Frank and Cartier-Bresson, as a photographer I'm different from them, and not just because I shoot color instead of black and white. Neither of those guys went inside people's homes or inside their lives. They were both stand-back, fly-on-the-wall photographers. I'm a participant; I get inside. I'm usually sitting at the same table with the people I'm photographing, so they sort of forget that I'm there to take pictures. It's a different way of getting a natural photograph."

 

  위 대목은 하비가 로버트 프랑크와 브레송으로부터 받은 영향과 그들과의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하는 대목인데, 한마디로 프랑크와 브레송이 절대 사람들 속에 녹아들지 않는다면 하비는 참여하지 않고서는 못베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비의 사진에는 다른 미국이나 유럽 출신 사진가들과는 달리 제3세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건에서 어떤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피사체와 단순히 '찍고 찍히는' 관계를 넘어선 동등하고 친밀한 관계가 느껴진다는 것이 하비의 진정한 강점이 아닐까 싶다.

 

 반면 브레송의 사진에서는 사진가와 피사체와의 관계가 생략되어 있다. 이게 브레송의 그 유명한 '찍고 빠지기', 깡디드 수법이겠지만 사실 브레송의 사진에는 좀 모순적인 데가 있다. 그가 국민당 몰락 당시의 중국 군중을 찍거나 간디의 장례식에 모인 인도 사람들을 찍을 때, 혹은 루마니아의 농민을 찍을 때 그는 피사체와 교감하려 들지 않는다. 단지 기록의 대상으로 다루거나 아니면 사람들을 구도에 리듬을 불어놓해 위한 회화적 도구로 다룰 뿐이다. 반면에 샤르트르에서부터 자코메티, 뽈 발레리, 알베르 까뮈, 코코 샤넬 같이 유명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을 때에만 그와 피사체는 편안해하고 서로 교감한다. 그의 작품을 훑어 보면 사진이 일반인을 찍은 사진과 유명인을 찍은 인물사진으로 완전히 이분화 되어 있는 것 같다.

 

 브레송을 이야기할 때 항상 나치에 저항한 좌파 지식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내 생각에 '인간 브레송'이 진보적일 지는 몰라도 '예술가 브레송'이 진보적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오히려 브레송의 사진은 귀족적이라고 하는 게 더 적당한 표현일 것이다. 미국과 서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찍은 그의 사진을 볼때면 처음으로 비유럽 땅을 밟은 유럽 선교사들의 시선, '착한' 제국주의자의 시선이 느껴져 좀 불편할 때가 있다.

 

 마치 지미 헨드릭스와 에릭 클랩튼이 항상 팬더 기타만 쓰듯이 하비와 브레송 모두 라이카로 작업하는 사진가들인데 주로 사용하는 화각이 다르다. 브레송은 익히 알려져 있듯이 50mm 표준렌즈로 대부분의 작업을 했다면 하비는 35mm나 28mm 같이 좀 더 광각의 렌즈로 작업을 한다. 아마 위에서 말한 특성과 그대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한다.

 

맨 위의 사진은 하비가 쿠바에서 찍은 건데 좀 재밌는 구석이 있어 가지고 와봤다. 내가 사진으로 본 봐에 의하면 체 게바라는 덩치고 좀 있고 뱃살도 나온 사람이지 저렿게 광대뼈가 튀어나온 얼굴에 강렬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평에 의하면 예전 임꺽정이라는 드라마에 임꺽정 역으로 나왔던 사람과 닮았다고. 쿠바의 아이들이 그린 체 게바라의 모습이 요즈음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되는 '쿠바의 제임스 딘' 같은 이미지와 더 닮았다는 게 좀 아이라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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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6 01:07 2006/01/0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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