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비한 여름
겨울 속의 여름
봄 속의 겨울
너는 새들이 노래하는 걸 들었다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는
나는 그 여름을 허비해 버렸다
시간은 너무도 쉽게 지나갔다
하지만 그 여름이 정말 허비된 거라면
나는 어째서 그토록 홀가분한 기분이었을까
나는 여름을 아무 것도 안 한 채 다 보내 버렸고
그 여름 하늘은 정말 말할 수 없이 푸르렀지
나 자신이 찍힌 이 사진 한 장만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증거
강가를 산책한 일곱 주
밤을 꼬박 새운 일곱 주 동안의
나는 여름을 그렇게 다 써 버렸고
시간은 너무도 상쾌하게 지나갔다
이제 책과는 안녕이다
지금부터 내가 읽을 유일한 대상은
사람들 얼굴이니까
나는 여름을 그렇게 허비했다
신문과 잡지를 읽은 일곱 주
강가를 산책한 일곱 주
죄책감에 빠진 일곱 주
밤을 꼬박 세운 일곱 주의 하늘 아래서
겨울 속의 여름
겨울은 곧 봄
너는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다
모든 게 다 좋아질 거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