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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와 관련한 두서없는 이야기

일한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일은 하는 것은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소득의 원천이기도 하며, 협업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이기도 하며,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반면에 일은 한다는 것의 부정적인 측면의 의미가 있기도 하다. 힘든 노동 과정을 참아내야만 할 때도 있을 것이고, 일하는 과정에서 몸에 해로운 물질에 노출되거나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일하는 과정은 대체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묶여 있을 상황일 것이다.

노동의 이 같은 긍정적, 부정적 의미는 몸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을 못하게 되어 노동의 긍정적인 측면이 발휘되지 못할 때 우리 몸은 상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즉 실직을 당하거나 취업을 못하게 될 경우 우리의 몸과 정신이 상하게 될 것이란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이 같은 사실은 과거의 많은 연구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실직을 당할 경우 사망률이 증가하고, 자살률이 급증하는 것과 같은 신체·정신적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쌍용차의 해고노동자들이 실직 후 많은 돌아가셨는데 이것에 해당되는 사례일 것이다. 아마도 본인이 과거에 해오시던 사회적 역할을 실직으로 인해서 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로 인한 좌절감으로 인하여 몸과 마음에 상처를 크게 입으셔서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한편 이명박 정권의 탄압과 폭력적이 진압이 이분들의 자존감을 더욱더 악화시켰을 것이고 마음의 상처를 더 크게 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반면에 노동의 부정적인 측면은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게 되다 다치는 직업성 손상, 유해물질 노출에 의해 생기는 여러 가지 직업병, 반복 작업, 불편한 자세로 작업, 중량물 취급 작업으로 인해서 생기는 근골격계 질환, 불평등한 관계로 인한 발생하는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질환 등으로 현상으로 몸으로 나타나는 일 것이다.

한편 이 글에서 주로 이야기할 주제인 장시간 노동은 노동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화하기 보다는 일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화한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문제는 심혈관 질환의 발생 증가,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의 발생과 악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의 발생, 산업재해 발생 증가, 일과 삶과의 균형의 파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장시간 노동과 관련한 개인적인 경험을 두 가지 정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우선은 필자가 수련의·전공의 시절 경험했던 장시간 노동의 기억이 있다. 수련의·전공의 과정은 악명 높은 장시간 노동과 현장이다. 왜냐 하면 당직과 야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시절에 얼마 동안은 수면 욕구와 피로감에 때문에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또 이 같은 수련의·전공의 장시간 노동문제는 의료의 질 저하와 환자의 안전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련의·전공의의 장시간 노동문제가 있지만 이 문제가 실제로 의료계 내에서는 의제화되어 있지 못하고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통과해야 할 하나의 통과 의례쯤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단순히 개별 병원의 인력충원 정도에 무원칙으로 당직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두 번째는 필자가 제조업 사업장을 다니면서 건강검진을 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제조업 노동자들이 엄청 긴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노동시간이 OECD국가에서 1위 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공식적인 통계보다도 노동자들이 일하는 노동시간보다 더 길 것으로 판단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노동시간 문제가 존재하는 것 같다. 제조업 사업장에서 8시간 노동만으로 일을 끝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밤 9-10시 까지 잔업에 시달리거나, 주야 맞교대나 24시간 맞교대와 같은 장시간 노동문제와 심야노동의 문제가 같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이 같이 심야노동,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일 수록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의 발생이 많은 것으로 보이며 이들 질환의 관리와 관련한 건강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같은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은 이직률이 높고, 본인의 업무에 대한 만족도도 낮은 것처럼 보였다.

한편 이 같은 장시간 노동의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이와 관련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첫 번째는 장시간 노동이 저임금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래의 그림의 의미는 낮은 급여를 받을수록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더 긴 시간동안 것이 일해야 하는 것을 보여준다. 또 한편 생산직의 노동자들에서 사무직 보다 저임금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문제가 더 많이 생긴다고 한다.

두 번째는 수량적 유연성과 관련한 노동시간 증가의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생산량의 증대가 필요할 때 노동자를 더 충원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방식이 노동시간을 늘리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한다.

 

[자료출처] 장시간 노동의 단축, 월간 노동리뷰, 2012년 1월호

 

 

살펴본 바와 같이 장시간 노동은 노동의 긍정적인 의미를 퇴색하게 만들고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파괴할 수 있는 요인이다. 지금은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인 것 같다. 그런데 이 같은 장시간 노동이 저임금과 수량 유연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뿐 만 아니라, 저임금 노동문제를 해결하고, 신규고용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시간 노동과 건강에 관해서 두서없이 이야기를 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장시간 노동, 저임금 노동을 철폐하기 위한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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