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내내 청주에 살면서도 동창회는 물론, 동아리 졸업생 모임,

심지어 동기/선후배들 결혼식 등 경조사에도 참석을 안 하고 사는지라

대학 때 사람들 소식은 거의 모르고,

(참석 안 할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참석할 특별한 이유도 모르겠다. 그래서 안 나간다)

친했던 친구들과도 몇 년에 한 두 번 얼굴 보거나 통화하는 정도...내가 좀 그렇다;;;

 

우자지간, 오늘 낮 계획했던 사무실 인터넷 설치도 미뤄지고 마침 같이 일하는 친구도 외출해서

순간 멍하게 빈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대학 때 친구한테 전화가 왔고,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그 시절 친구한테 전화가 토스되면서 

그녀들과 한참 수다를 떨게 되었다는 ㅋ

(목소리가 너무 컸는지 다른 사무실 분이 놀라서 들렸더라는 ㅋ,

  참고로 우리 사무실에는 아직 문이 설치되지 않았다^^) 

 

바로 어제 보고 헤어진 친구들마냥 그 때 쓰던 말투들로 수다를 떨면서

당장이라도 오늘 저녁 술 한 잔 하자 하면 될 거 같은 기분이었지만

통화가 길어지면서 그리고 통화가 끝나고 난 후에는

흠... 백 만년 만의 수다 같았다는 ...

물리적인 거리, 심리적인 거리, 너무나 다르게 살고 있는

서로들... 뭐, 그런 기분이었다.

 

대학 때 친하게 지내던 세 친구가 있다. 나까지 포함 넷^^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눈이 맞아(?!) 1학년 봄부터 철학 스터디, 여행 모임, 술 먹는 모임을 만들고

꺄르륵 거리면서 다녔던 친구들.

다들 에너지가 한창일 때라 그 중 몇은 야학도 함께 했고,

또 그 중 몇은 풍물 동아리도 같이 했고, 또또 그 중 몇은 4학년 때까지 학생운동도 같이 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은 군산, 화성, 수원 등등 각자들 발령 받은 지역으로 흩어졌고

휴학 때문에 1년쯤 졸업이 늦었던 나는 가끔은 일부러 일정을 잡아서,

또 가끔은 근처 지역에 갔다가 들리기도 하면서 간간히 얼굴 보고 지냈는데

그도 졸업 후 2~3년... 그 후에는 다들 얼굴 못 본지 꽤 됐다.

 

졸업을 앞두고 그리고 졸업 직후에는 임용고시 준비에 울렁울렁,

발령 받고 교직에 나가 처음 2~3년은 학교라는 시스템에, 교사 또는 아이들과의 관계들 때문에 울컥,

또 언제나 그럴 것만 같던 어렵기만 하던 연애에 술렁이며 친구들은 20대 중후반을 보냈던 것 같다.

나는 졸업 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지냈지만 그래도 그 과정 사이 사이 연락들 주고 받으며

서로 공감도 하고, 함께 화도 내고, 서로들을 격려도 하면서 지냈더랬다.

 

그리고 이제 30대 중반의 그녀들은 다들 교직에 나간지 어언 10년 차.

가끔 나누는 통화에서 그녀들은 더 이상 학교나 아이들 얘기는 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비추지만, 너는 언제 결혼하냐라는 질문으로 시작

8할 이상은 자라나는 아이들 얘기, 또는 다른 동기/선후배 근황 얘기들로 이어진다.

그렇다보니, 결혼도 않고 자식도 없고 게다가 동기/선후배들과 교류가 없는 나로서는

그녀들과의 통화가 백 만년 만의 수다 같은 기분이 아니겠는가 ㅋ

 

무튼, 그래도 반가웠다! 통화에서는 나누지 못했지만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도 했다.

대학 시절 다들 한 감수성, 한 글발 하던 그녀들~ 그래서 생전 안 들리던 싸이에 들려

친구들 미니홈피에 들렸는데 애기들 사진 밖에 없더라;;; 흑흑...

 

그래도 반갑다!!! 오늘 통화한 친구가 다음 달이 출산 예정일이라며

그 핑계(?)로 여름 방학 끝나기 전에 한 번 뭉치자고 하는데 그러고 싶다~  

우리가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들이 나눠질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보고 싶다.

편안하게 살고 있다면 그 편안한, 평화로운 일상들을 축하해 주고 싶고

미처 전화 통화로는 나누지 못했던 일상의 푸석거리는 틈들이 있다면

그런 서로의 삶에 대한 격려를 나누고 싶고

10년 전 우리에 대한 이야기들 밖에 나눌 게 없더라도

그래도 만나고 싶다.

하하!  쫌 설레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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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8 04:30 2009/07/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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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산책  | 2009/07/28 05:43
오홋...기대되겠군...크크크
3일전에 나도 대학때 독서토론회 같이한 친구에게 전화왔음..청주시청 홈피관련 업무때문에 2009년에는 청주에 있을 예정인데 함 보자는 군....ㅎㅎ
그래서 다음주 정도에 보기로 했지....ㅎㅎ
그 녀석 안본지 6년이 넘은 듯...사실상 내가 연락끊고 살았으니....^^;;
여튼 설레긴 하더군 친구를 본다는 것...
그러면서 살짝 걱정되는 건 친구를 보는 것이 아닌
친구였던 사람을 보게 될까봐 걱정이 든다는....나 넘 쪼잘한걸까...?
뭐...여튼 각자 살아온 길도 다르고...지금 서로 살아가는 것도 다르니....ㅎㅎ
여튼 친구들과 좋은 만남이 되길 빌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