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석이든 설이든 명절의 가장 큰 의미는 연휴 연휴 연휴!

올해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이젠 양가 부모님과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는 의미가 추가.

우리 양가 부모님, 가족들의 명절 문화가

결혼하고 나서의 딸, 아내 또는 며느리 코스프레를 해야 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어서

지나치게 낯설음에 예민하고 관계에 소심한 나 같은 사람도

큰 이물감 없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이번 추석을 누릴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양가 모두 제사나 차례 등의 행사가 없다는 점. 친지들과의 교류가 많지 않다는 점.

형식이나 치레를 거의 신경쓰지 않고 명절 선물, 음식, 상차림에 대해 느슨한 편이라는 점 등등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재환과 내가 복이 많아 양가 어른들이 너무 좋으시다.

재환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라하시는 우리 아빠

(애타게 그리던 님을 만난 듯 쑥스러워하시면서도 재환 주변을 맴돌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시는 우리 아빠)

가끔 얌체 같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만큼 더 투명하고 담백해지고 있는 우리 엄마

(이런 엄마가 되려 귀엽다 여겨지고, 엄마 대하기도 점점 편해지고 있다는)

어쩌면 늘 그렇게 한결 같이 자연스럽고 그게 참 멋스러우신 재환 아버님

(턱수염을 기르시고 계신데 진짜 근사하시다. 느긋하면서도 따뜻한 재환 아버님 미소도 너무 좋다)

시어머님이라는 느낌 이전에, 주변에 머물며 흠모해 마지 않을 멋진 선생님 같은 재환 어머님

(반듯하면서도 유연하고, 엄하면서도 귀여운, 정확하면서도 따뜻한... 그런 분)

 

명절, 부모님 댁 방문이 너무 너무 정성스러운 초대를 받는 상황인지라

양가 부모님들, 정확히는 어머님들이 차려주신 음식을 먹고만 왔다는 거.

(앞으로는 꼭 상차림이 아니더라도 같이 누릴 수 있는 먹거리들, 또는 정성스러움을 나눌 무엇 등은 챙겨가면 좋을 듯)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공감하기 위한 가족들 간의 다정하고 속 깊은 이야기들이 참 자연스러운 분위기인데,

이틀 내내 감기 핑계로 계속 멍하게... 거의 방에 콕 박혀서 혼자 책만 보다 왔다는...

그 와중에도 계속 자라고 방으로 들여보내주시는 어머님, 이런 거 어떠니 하시며 책 갔다 주시던 어머님

으앙... 그걸 곧이곧대로 넙죽넙죽 받아 버린 나... 으아앙...

너무 생각없이 누리기만 하고 돌아온 것 같아서 마음 한 편 찡하다는.

형식과 치레 따지지 않는 분들, 분위기인 만큼

평소에도 연락 잘 못 드리고 (안 드리고;;;) 지내던 터인 만큼

이렇게 초대받고, 함께 지내는 시간 동안이라도 좀 더 이야기 많이 나눴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뒤늦은 아쉬움.

하지만 다음 기회에도 그리 다르지는 못할 나를 알기에

평소에 좀 더 연락,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기회 만들기.

 

2.

무려 2박 3일 간의 연휴.

화요일엔 설레고, 수목은 정신 없이 지나고, 금요일엔 아직은 괜찮아 안심하고, 일요일에는 애타고,

월요일이 되면 엄청 슬퍼질 그럴 연휴와 연휴 전 후의 나.

결국 이럴 줄 알았다. 이럴 줄 알았고 이렇게 된 거니 억울할 것까진 없다(무슨 소리래?!)

 

3.

9월이 한 주 남았다.

그래, 더 나빠지지는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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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2 14:59 2013/09/2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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