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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그리고 읽을 혹은 전혀 안읽을 지도 모를 책 #10

 

가. 기형도전집, 기형도전집 편집위원회 편, 기형도, 문학과지성사, 1999/03

대학시절 '입속의 검은 잎'을 읽을 때에는 분명 스물아홉에 죽은 그보다 어렸는데, 전집을 읽고 있는 오늘의 난 이미 그보다 늙어버렸다. 80년대를 지나온 시인의 짧은 산문은 실존에 대한 지독한 고민으로 가득함을 잘 드러낸다. 죽음과 우울한 가족사가 주로 그의 시집과 소설의 소재인데, 수필  '짧은 여행의 기록'에서는 80년대 지식인에게 광주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짐작케 한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혹은 다방에 들러 그가 적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순간의 기록은 그 어떤 자기검열도 배제한채 옮겨놓았음에 틀림없다.

 

'환상일지'에서 작가는 '절망이라느 넋은 이미 모든 것을 알아버려 더 이상 꿈꿀 것이 없다는 뜻이고'라고 토로하지만 뒤이어 '우리들 앞으로 언제가 불쑥불쑥 튀어나올 의지나 정열의 시간들을 우리는 희망이라고 부리지 않,습,니,까?'라며 묘한 희망을 기대한다.

 

나. 광주는 말한다 : 어느 사진기자가 본 5ㆍ18 항쟁과 6월항쟁, 신복진, 눈빛, 2006/05

2006년 5월 18일, 광주민중항쟁 27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사진집이다. 그리고 오늘 '화려한 휴가'라는 공수부대 작전명을 제목으로 한 영화도 개봉했다. 대학캠퍼스에서 봐왔던 그날의 사진에 비하면, 군대의 군화발과 총검이 객관적 시선으로 드러나 있는 편이다. 신문기자의 시선이란 어쩔 수 없이 객관적일 수 밖에 없거나, 저자가 직접 언급하듯이 5월16일 이후에는 최재활동조차 제한적이기에, 끔찍한 장면들도 건물 옥상에서 줌인(Zoom In)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테다.

흑백사진에 드러나는 군화발과 서슬퍼런 착검된 총이 광주시민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그런 죽음의 공포를 깨고 군부독재타도와 민주화를 외친 광주였다. 그에 비해 그 과거를 기억하고 되새김질 하는 작업은 지리멸렬하다. 27년이 지난후에야 한 사진작가의 사진집이 출판되는 현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과거를 기억하고 그 교훈을 잊지 않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명이다. 필름을 땅에 묻고 세상밖으로 내보이기 위해 숨죽여 기다리는 작가의 책임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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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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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명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 소유자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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