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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자전차야~~~*

안양천이 한강과 맞닿아 있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갈 수 있다는 사실

내 두발로 도시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는 건

날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얼마나 벼르고 벼르던 날이었던가?

일요일 오후 5시반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모자를 쓰고

운동화 끈을 꽉 조이고

 

"나 자전거 타고 올께!"

의기양양 출발~~

 

비스듬히 내리쬐는 햇살

재잘거리는 아이들 소리

일요일 오후의 여유로운 가족들

그 틈 새 에서

룰루랄라 안양천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한강을 향한 청운의 꿈을 안고.

 

30분쯤 달렸을까?

다리의 근육이 뻐근해 지기 시작했다.

'운동을 너무 안해서 그래!

평소에 운동 좀 열심히 할껄~"

더 열심히 패달을 밟았다.

 

한시간 반이 넘어 가고 있었다.

'안양천이 참 길긴 기네. 한강까지 먼가봐~"

'여기가 어디 쯤일까?'

'오늘 중으로 갈 수 있을까?'

조금씩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땀이 비오듯 했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가득 채운 물통의 물이 바닥나고 있었다.

 

어느새 어둑어둑, 시간은 여덟시.

'아직 멀었나?'

'힘들군...쩝!"

 

 

 



그 때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잔차 탄 사람들이 나를 앞질러 가고 있었다.

그리고 참 여유로와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쌩쌩 가는데,

난 왜 이렇게 천천히 가는걸까?'

'앞 바퀴가 좀 뻑뻑하긴 한걸.."

 

그 때, 여의도 12KM

이정표였다.

자,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으쌰으쌰~

 

한참을 달렸는데

또 다시 나타난 이정표

여의도 8KM

 

갑자기 의욕을 상실한 나.

잠시 자전차에서 내렸는데

다리가 휘청휘청

걸을 수 조차 없었다.

 

다시 집으로 갈 수도 없었다.

으으으.

이를 악물고 다시 자전차에 올랐다.

이미 깜깜해진 강변에

헤드라이트도 깜박이도 없는 난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쩌란 말이냐?

조금 걷다가

다시 천천히 달리다가

휘청휘청

술취한 자전차가 되어

겨우겨우, 아주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었다.

 

'그래, 세상일이 어디 그렇게 쉽겠어?'

'그래, 원래 처음엔 어려운 거야.'

'만만하게 본 내가 바보지.'

'자동차가 그냥 발명된 게 아니지... 음!'

스스로 위안도 하고, 용기도 주려고 해 봤지만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때

어두운 길 끝에 탁 트인 곳이 보였다.

"여기는 한강입니다."

 

아아아,

이 기쁨의 순간을 누구와 함께 나누어야 하나?

저 멀리 화려한 양화대교와 성산대교가 보였다.

안양천변의 강바람이랑은 비교할 수 없는

시원한 한강의 바람~~~

 

한강 도착 시간 아홉시.

장장 세시간 반의 주행이었다.

산 정상에 오른 듯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지만

더 이상 걸을 수 가 없었다.

난 쓰러지고 말았다!!!

 

다음날,

집단 구타라도 당한 듯

온 삭신이 다 쑤셔

일어날 수도 없었다.

자전차 타기가 원래 이렇게 힘든걸까?

자동차는 그래서 발명된 걸까?

아니다, 그게 아니었다.

 

오늘 낮에 난 자전차 가게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아주 힘이 센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자전차 타고 돌아다녔더니 몸이 아프다는 내 말에

자전차 가게 아저씨 왈

"자전거 바퀴에 한쪽 브레이크가 걸려있네요~^^"

앞 바퀴에서 튕겨져 나온 철사 같은 걸 살짝 고쳐 주신다.

 

우하하

내 옆으로 씽씽 달리던 자전차들

땀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패달 밟는 내 모습

그래도 천천히 가던 내 자전차.

 

브레이크 걸린 자전차 타고

세시간 반 동안 달려

한강 도착.

난 정말 힘이 센 가 보다.

 

브레이크 안 걸린 자전차는

정말 날아갈 것 같다!

 

날아라,

자전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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