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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학습

새로 온 옆방 친구의 살짝 열려진 방문 사이로 책상위에 놓여져 있는 책들,

하루 종일 기타를 띵가띵가하고 음악을 쾅쾅 틀어놓고

흐느적흐느적 널럴하게만 보이는 그 친구의 또 다른 모습을 본 것 만 같다.

 

매일 밤 클럽 순회와 파티에 바쁘고

섹시한 차림으로 코로나 길거리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는

아랫방 친구도

새벽같이 일어나 생쥐들 가득한 실험실에 간다.

 

프랑스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한 친구는

혼자서 머리 싸매고 틀어밖혀 하는 것만 공부라고 생각하는

그래서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자기의 논리를 발전시키는데 약한

(자신을 포함한) 한국 학생들의 경향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뭐랄까,

10대의 대부분을 자율학습으로 보내고도

자율적이고도 자유롭게 학습하지 못하는 이 상태에 대한

씁쓸한

어떤 느낌.

 

며칠 전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급식을 한다고 했더니

자기네 나라엔 극히 드물다고 한다.

 

나: 앗! 그러면, 다 도시락을 싸갖고 다녀?

쥬: 아니, 밥은 집에서 먹는데..

나: 그러니까 점심은 어떡하냐고?

쥬: 학교는 1시에 끝나!

나: (답답한 표정으로) 그러니까 초등학생들 말고,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 말야!!!!

쥬: 나 고등학교 다닐때도 두시에 끝났는데...

나: 머야? 와~ 넌 천국 같은 곳에서 십대를 보냈구나. 난 도시락 세개 싸들고 아침 8시까지 학교가서 집에 오면 밤 12시였는데...

쥬: 왜 학교에 그렇게 오래있어?

나: 자율학습하느라고!

쥬: (갸우뚱)

나: (부러운 눈빛으로) 넌 정말 널럴한 생활을 했구나.

쥬: (의아한 표정) 아니야,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정말 힘들었어. 매일 저녁 8시까지 공부했단 말야!!!

나: 저녁 8시라...

 

머야머야

내 십대를 고스란히 다 바친

그넘의 자율학습 때문이었어!!!

5시면 문닫는 도서관 탓하면서

몇 주째 사람들도 안 만나고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있어도

학습이 제대로 안되는

지금 이 상태는 말이지.

음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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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그
  • 글쓴이
    쉐보이
  • 등록일
    2008/08/27 09:03
  • 수정일
    2008/08/27 09:03
  • 분류
    내가 나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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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