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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보아도 본 것이 아니고, 듣고 싶지 않은 것은 들어도 들은 것이 아니며, 믿고 싶지 않은 것은 존재하되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뭇가지 하나가 서 있어도 그것은 귀신이 되고, 칼이 되고, 군대가 되기도 한다. 그저 둥실 떠다닐 뿐인 구름이 양떼가 되기도 하고, 사람의 얼굴이 되기도 하며, 솜사탕이 되기도 한다. 그림이 실제 풍경을 보듯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풍경이 그림을 보듯 아름답다.

그래서 사람의 기억이란 믿을 게 못된다. 사람의 판단 또한 믿을 게 못 된다. 아마 세상에 못 믿을 게 사람이 보고 듣고 믿는 것일 게다. 그럼에도 결국 사람이 믿을 것도 사람이 보고 듣고 믿고 있는 것일 테니 이보다 난감한 일이 또 없다.

믿을 수 없는 것을 믿어야 한다는 것. 믿어야 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것. 믿어야 할 것을 믿고, 믿지 말아야 할 것을 믿지 않는다는 모든 것이 사람이 갖는 번뇌와 혼란과 갈등의 원인이다. 결국 현명하다 하는 것은 이러한 가운데서 바른 길을 찾는다는 의미일 것이고.

지혜란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이 알고 그것을 멋지게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믿어야 할 것을 믿고, 믿지 말아야 할 것을 믿지 않는,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있는 그 단순하고 솔직한 본질이야 말로 지혜롭다고 하는 것일 게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현은 대둔과 통한다 하던가? 하긴 쉬운 것을 쉽게 하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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