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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는 별로 좋은 녀석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괜찮은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었고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오히려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녀석이었다. 예전에 한 때 친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도 그 녀석이 보여주는 날 것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연민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가까이 붙어다니게 되었던 것 같다. 걔는 꾸미고 포장한다고 한 모습이지만 미묘하게 드러나는 어색함과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듯한 모습에서 생각보다 그 녀석은 강한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솔직하게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듯한 모습에서 나는 신뢰를 잃었고, 그런 마음은 아직까지도 여전히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걔가 싫다. 싫었다.
얼마 전에 아주 중요한 일이 실패로 끝나서 마음이 너무 상해있었다. 그 후유증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왠만해선 소문이 나지 않기를 기대했건만, 어쩌다보니 그 녀석에게도 소식이 흘러들어가게 되었는가보다. 밤 늦게 걸려온 그 녀석의 전화를 -언제나 그렇듯이- 받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받았다. 가볍게 왔다갔다 하는 말들 속에서 그 사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무렵, 그 녀석은
털털하면서도 부드러운 웃음이 있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웃음을 지으며
"원래 다 그런거다." 라고 했다.
이걸 위로라고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근래 들었던 위로 중에서 가장 좋은 위로였다.
위로는 위로고, 두려움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한 달 남짓한 독일 생활. 그것만이라도 온전히 잘 즐기고 건질수 있는 거 최대한 건지면서 많은 걸 느끼고 돌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생활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so das ist Leben. 사는게 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마음 속으로 무언가 간절히 바라던 것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여전히 나에게 무거운 납덩이를 올려놓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쉽게쉽게 즐기기가 마음처럼 되지 않고 마음의 평정심도 오지 않는다. 아직까진 그렇다.
하지만 난 이 감정을 잘 다뤄보고 싶다. 이런 마음을, 이런 감정을 대하는 건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처음 보는 내 상황에, 그리고 내 모습에 묘한 흥분도 느끼게 된다. 물론 사람의 마음은 많은 것들이 뒤엉켜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감정도 그런 집합들의 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요는 지금의 나를 잘 다스리고 싶다는 거다. 그래서, 시작이다. 정신차려보니, 시작되어 있었던 거다. 심호흡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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