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 2010/11/15 20:16

최근 우리 사무실에 입사지원한 분들의 자기 소개서들중에서 인상깊은 구절들을 모아보았다.

그들의 자기소개서를 읽으며 세상엔 아직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소박한 진실을 새삼 느꼈다.

 

* 차장에 지원한 A씨..

 

"졸업 후 진로를 노동운동으로 잡고 있던 차에 ○○본부에서 일할 기회를 잡아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사무차장을 거쳐 조직부장 그리고 조직국장으로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퇴사 사유는 조직을 담당하는 자로서 건강과 가정사에 한계로 인하여 전처럼 활동할 수 없다면 다른 후배들이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 변호사 B씨..

 

어떤 선배가 자신의 방벽에 "나는 지금 두부공장 노동자가 두부를 만드는 일만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붙여 놓았었다고 합니다.

변호사로 지내온 지난 2년간 저 자신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저는 어쩔 수 없이 부끄러워야 했습니다.

누군가 "용기는 두렵지 않은 것이 아니라 두렵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저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일, 정직하고 정의로운 노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어느 때 보다도 강하고, 때문에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변호사 C씨

 

물론 지금과는 제 주위의 상황이 다른 때였지만 마음 속엔 분명한 꿈이 있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적지 않은 책을 읽어가며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었던 삶. 그 사람들과 그 인생이 저에게는 꿈이었습니다. 그 꿈이 비록 너무 거칠어서, ‘도대체 그런 몽상 같은 구호로 그 누군가의 배를 마음을 따뜻하게 할 수 있겠느냐’는 힐난에 움츠러들기도 했었지만, 그 꿈이 있던 시절의 저는 결코 외롭지도 나약하지도 않았습니다.

 

늘 이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학생회 선거를 하면 선거에 이겨야 하고, 시험을 치며 합격을 해야 하고, 남들보다 나은 스코어를 얻어야 한다는 욕심이 저에게는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욕심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에 어떠한 방해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욕심, 제대로 쓰고 싶습니다.

 

물론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일에선 욕심이 절묘한 힘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그것의 끝은 어디까지나 원래의 물질을 변질시키지 않는 촉매여야만 했습니다. 제가 패기를 잃은 것은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욕심을 제대로 쓸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질 것 같은 사건이 더 많고, 그래서 패소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사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사건 하나에 졌다고 마냥 울고만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꿈이 없을 때 작은 실패에도 금방 주저앉게 됨을 이제는 잘 알기에, 저는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꿈을 키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변론하되 일시적인 패배의 순간에는 ‘우리에게는 꿈이 있지 않은가’하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변호사 D씨

 

부자들에게는 변호사들이 줄을 섭니다. 반면 노동자,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변호사들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자아실현이라고 생각해 왔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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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5 20:16 2010/11/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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