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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 - 진재연

스무명이 한줄로 서서 볏단을 넘겨 주었다

정말 너무 힘이 들어서 울고 싶었지만

이호순 할머니의 가느다랗고 약한

팔 다리가 움직이는 걸 보며 힘을 냈다

논은 발을 삼키고 놓아주지 않아서

걷기도 힘든데

시간이 갈수록 물먹은 볏단은 무거워졌다

해가 저물고 쌀쌀해지면서

젖은 몸은 추워지기 시작하고

풀독이 오르는지 팔 다리가 따끔거렸다

그렇게 힘든 일을

할머니들이랑 할아버지들이랑

동네 사람들이 모두 함께 해 냈다

수렁논이라 콤바인이 들어갈 수 없어

낫으로 직접 벼를 베고

나르는 일을 한 것이다

온 동네가 다 어깨가 욱신거리고

허리가 아프지만

일을 끝내니 모두들

기뻐하셨다

논 주인도 포기한 논이고

요즘 그런 논 누가 농사짓냐고

대추리 사람들이니까

한거라고

지킴이들이 잊지 않고 이렇게 함께 해 줘서

한거라고 아직도 노인정에서는

그 얘기다

그냥 고개를 돌려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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