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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우리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그때도 거리는 있었고 자동차는 지나갔다. -기형도 詩作 메모-

 

오래 전 읽고 흘려버렸던 문구들이 문득문득 아, 하고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던 것은

88년의 그나 이미 20년이 훌쩍 지난 2010년의 나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때와 비교해 대한민국은 많은 것을 이뤄왔고 많은 것을 성장시켰다

그래...그때와 비교하면 말이지....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의 우리가

88년의 그보다 못한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숱한 경제적 수치와 번쩍이는 도시들....4.19의 외침은 박제화된 도식이

되어 오늘 하루 곳곳 많은 곳을 도배하던데 정작 나는 이날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보고 배웠는지 알 수가 없다

 

보릿고개 없이 자란 우리 세대는 뼈아픈 굶주림도 없었고

독재에 저항하던 젊음을 불사르던 시기도 없었다 집의 규모에

자각을 하던 나이에는 아파트의 생활이 일상이었고 imf의 절박함은

고작 중학생인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철이 들어 정치에 관심을 둘 때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시간들이었다. 종종....엄마는 우리때에 비하면

너희는 참 순탄한 세대를 살아간다, 고 하시더라....

 

실상 이루어진 경제 성장의 뒤에 감춰진 뒷배경들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뿐인가,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도 명박이의 시기에도 여전히

일개 유권자로서 느끼는 정치적 박탈감은 여전하다. 커다란 고난도

커다란 열정도 없이 멀대 같이 커버린 나는-혹은 우리는- 겉만 멀쩡한

강의 썩은 냄새를 실컷 맡고도 정작, 외면하도록 강요받는다 

 

국가와 민족, 나아가 가족의 틀마저 번거러워진 그리고 그 틀에서 자유로워진

우리는 각자가 떠맡은 현실의 무게만큼 썩은냄새의 근원을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외면받도록 강요받고 있다. 점점 나빠지는 이 땅의 날씨에

농도가 진해져가는 강의 악취에 무뎌져가고 익숙해져가며 변함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나는 종종,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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